금융노조의 반발도 문제려니와 두 은행이 합병추진위원회 역할에 대한 이견으로 합병계약체결을 무기한 연기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인 합병은행장 선임과 인원 점포 구조조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두 은행이 합병계약 무산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어 감정 대립의 골마저 깊어지고 있다.
▽합병추진위원회 역할 이견〓주택은행 이사회는 “향후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요 사항은 합추위가 아닌 두 은행장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합추위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합추위는 이제 빠져라’는 메시지다.
여기에는 합병 비율 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주택은행은 당초 국민은행 주식교환 비율이 1.7대1 이하로는 절대 안된다고 버텼으나 합추위의 중재에 따라 1.688대1을 수용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두 은행장간 협상에서 실익을 얻겠다는 의도다.
반면 국민은행은 “이미 합병계약서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거친 만큼 주택은행 수정안을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며 계약 무산에 대한 책임을 주택은행에 떠넘겼다.
▽합병까지 멀고도 험하다〓합추위 기능에 대한 이견은 사실 두 은행이 향후 합병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대 관건은 통합은행장 선임으로 두 은행의 외국인 최대 주주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는 3월초 김상훈 국민은행장을 공식 추천했고 주택은행 대주주인 ING그룹도 최근 간접적으로 김정태 행장을 지지했다.
통합은행장은 두 은행간 ‘기(氣)싸움’의 직접적인 판정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제3자가 중재에 나서지 않는 한 합의가 어렵다.
또 60%에 달하는 중복 점포 및 인원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은 신설 금융기관을 만들어 정리 인원을 흡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럴 경우 합병 시너지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양 은행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서울―신탁은행, 상업―한일은행 합병에서 보듯 합병 은행의 ‘화학적 융합’도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