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신문고시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신문고시에 반대하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을 비판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신문고시는 정부 설명대로라면 신문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언론압박용이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제도”라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신문고시의 본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TV에 직접출연〓신문사들의 판매와 광고 등 영업활동 전반에 걸쳐 갖가지 규제망을 쳐놓은 신문고시는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신문사 경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신문고시가 통과된 이후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KBS YTN KTV 등 친여(親與) 방송사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신문고시를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신문고시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신문시장의 혼탁한 질서 바로 잡기와 무가지 척결 등 표면적인 문제점만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신문고시는 보기 싫은 신문을 잘 끊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제도”라며 “일부 신문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그동안 규제 없이 장사하다가 정부가 룰을 만드니까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이 신문고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데 대해 ‘자사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다. 공정위는 또 공정위 홈페이지에 이 위원장의 임기문제를 해명하는 자료를 실어 “공기관의 홈페이지를 위원장 개인 홍보용으로 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겨레, 신문고시 지지〓신문고시 제정과정에서 줄곧 정부쪽 방침을 대변한 한겨레신문은 4월19일자 등에서 “동아 조선 중앙 등 3개 신문이 신문고시를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규개위 민간위원들의 반발과 규개위의 신문고시 통과과정 및 이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내용들이 모두 3개 신문사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나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민간위원들이 공정거래위원장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반발한 것은 취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한겨레는 3월27일자에서 동아 조선의 무가지 비율이 40%라고 보도했으나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한겨레의 보도는 ‘추측보도’라고 보고 받았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한겨레는 또 공정위가 동아일보 기자를 출입금지한 데 대해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반면 취재자유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KBS도 신문고시 지지〓KBS는 22일 ‘시사포커스’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신문고시 문제를 다루었다. 97년 신문고시와 이번 신문고시의 내용이 크게 다른데도 “97년엔 신문고시 시행에 대해 가만히 있었는데 왜 지금은 반발하는가”라는 등 신문사의 견해를 도외시한 지적으로 일관했다.
또 이 위원장이 추측보도라고 보고한 무가지(無價紙) 비중을 그대로 인용해 동아 조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KBS 김호석 연구위원은 “3개 신문사가 신문고시를 자사 이기주의로 보도한다”며 “이런 보도를 볼 때 신문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그동안 신문고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일절 언급 없이 ‘왜곡된 신문시장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정상적인 시장으로 복원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정부 방침을 여과없이 전달했다.
<최영해·이승헌기자>moneychoi@donga.com
공정위와 일부 언론매체의 신문고시 접근 방식 | ||
구 분 | 발언-보도 내용 | 문 제 점 |
공정위 |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시제정 필요성과 일부 매체의 보도기사 중심 게재 ▽이남기 위원장의 임기문제 해명자료 연일 게재 ▽위원장이 일부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신문고시는 신문 잘 끊게 하는 것’이라는 논리 전개 | →신문고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외면 →홈페이지를 위원장 홍보용 활용 →방송을 통한 인기 영합적 발언으로 신문고시 본질 왜곡 |
KBS 시사포커스 | ▽일부 신문사들이 97년 신문고시 때보다 보도건수가 많고 언론탄압으로 규정 ▽규개위 고시 통과 후에도 신문개혁 요구를 언론탄압으로 대응 ▽신문고시 보도는 공익성을 저버린 행태 ▽동아 조선 중앙 3사가 학계에서 공인된 논리 외면하고 편의적인 잣대 적용 | →97년 신문고시와 이번에 부활된 신문고시의 본질적 차이점 외면 →신문고시는 정권의 판단에 따라 비판적인 신문을 위협하는 강력한 수단이 됨 →KBS 김호석 연구위원의 논리는 신문고시를 정권의 논리에 따라 설명한 편의적 해석 |
한겨레신문 | ▽동아 조선 중앙의 공정위 방침에 대한 규개위 민간위원 반발 보도는 왜곡 주장 ▽이남기 위원장과 민간위원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 ▽동아 조선 무가지 비율 40%라며 공정위 관계자 인용 보도 ▽공정위 동아일보 기자 출입금지 방침에 대해 공정위 입장만 보도 | →민간위원들은 규개위 4차례 회의과정에서 시종일관 제정반대 또는 문제점 제기 →이 위원장이 신문고시 통과 후 기자간담회에서 직권조사 언급 등 너무 앞서 갔다고 공정위 내부 평가 →무가지 비중은 오보라고 이 위원장 국회에서 답변 →언론자유 침해하는 ‘기자 출입금지’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쪽 입장만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