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게임하냐고요? 업무중이에요"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29분


왼쪽부터 서원명 류대열 강풍우 구본석 권순영씨.
왼쪽부터 서원명 류대열 강풍우 구본석 권순영씨.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고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오후9시반. 늦은 시간이라 구본석개발이사(33)는 사무실에 없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퇴근하셨다’고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어? 위로 올라가셨나봐요. 위로 전화해보세요.”

‘위’는 사무실 바로 위층 오피스텔. 온라인 게임업체 ‘아스트로네스트’(www.astronest.co.kr) 직원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 아스트로는 99년 정식 설립된 회사지만 이들이 한솥밥을 먹은 지는 7년이 넘는다.

구이사를 비롯해 대부분이 고려대 선후배들로 95년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머드게임인 ‘꿈의 나라’ ‘삼국연의’ ‘무림의 꿈’ 등을 개발해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서 서비스했다. 무림의 꿈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 아스트로 직원 중에는 PC통신에서 이 게임들을 하다가 아예 아스트로 개발팀으로 몸을 옮긴 사람도 3명이나 있다.

오래 함께 살다보니 직장과 집 구별도 없고 상사와 부하직원의 구별도 없다. 네옷 내옷도 따로 없고 호칭도 순딩이 텅 지발이 등 별명으로 통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구이사는 다들 ‘씨알 형’이라고 부른다.

일할 때는 게임을 만들고 여가시간에는 게임을 즐기니 말그대로 ‘게임과 함께하는 인생’이다. 나와있는 게임은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게임귀신인 서원명 기획팀장이 거의 모든 게임에서 아스트로 직원들을 평정한 ‘고수’다.

‘이렇게 해서야 사업이 제대로 되겠나.’

이들의 자유스러움에 이런 의심이 들 법도 하지만 ‘일’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의심은 금세 사라진다.

개발실의 사령탑인 구이사를 비롯, 개발인력들은 모두 전문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인터넷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웹 기반의 게임을 구상했고 99년에는 6명이 1년간 맹렬 합숙작업에 들어가 새 게임을 개발했다. SF 배경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아스트로네스트. 별도 소프트웨어나 다운로드할 필요없이 인터넷 접속만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문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미국 유럽 등지에서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한글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국내 이용자도 10만명 가까이 된다.

요즘 개발팀은 ‘아스트로네스트 2.0 버전’ 개발과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박람회 ‘E3’에 출품할 제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컴투스 네오액트 등의 업체와 PDA에서도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제휴를 했다.

구이사는 “재미삼아 만들어 즐기는 차원을 넘어 제대로 된 게임으로 ‘사고를 칠’ 때가 된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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