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고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평소 소신을 가감(加減) 없이 정리했다.”
민 원장은 “기업의 시각에서 각종 현안들을 관찰하다 보니 정부 정책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경제학자로서의 소신’이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글을 쓴 동기는….
“집안에 도둑이 들어왔다면 소리를 쳐서 잠자는 가족들을 깨워야 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좌익을 포용하고 도와주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국민의 대다수인 우익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국민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재벌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등 정부가 추진중인 개혁을 ‘좌경화’로 표현한 것과 관련, “현 정권 자체를 ‘좌익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좌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동정적(Sympathetic)이라는 의미”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표현이 다소 격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정부와 민노총, 몇몇 시민단체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문제는 부드러운 용어, 듣기 좋은 말로는 잠자는 이들을 깨우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주변 반응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공정거래위 등에서 전경련에 항의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자유기업원 사이트에는 지지 의견이 반대보다 두배 정도 더 많다. 기업들도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민 원장은 특히 좌경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을 꼽았다. “학교의 주인인 설립자를 내쫓고 교사 학부모 시민대표가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골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유기업원은 97년 4월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했다가 99년 11월 분리독립했다. 작년 2월부터 자유기업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민 원장은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장은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거쳐 작년 7월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을 맡고 있다. 재계는 평소 진중한 언행으로 ‘튀는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는 민 원장이 ‘소신 발언’을 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