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보다 40시간이나 앞선 20일 오전 7시. 21세에 불과했던 네이단 로스차일드는 워털루 승리 소식을 알고 이날 전 재산을 털어 주식을 사 모았다. 전투의 향방이 불투명했던 당시에 주가는 계속 하락 중이었다. 6월22일부터 주가는 급등세로 돌아서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정보는 곧 돈’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로부터 180년이 흐른 1995년. 온라인증권사인 미국의 이트레이드(E*Trade)가 문을 열었다. 이 회사가 내건 캐치플레이즈는 “고객의 요구에 가장 맞는 금융상품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제공한다”는 것. 은행 보험 증권 등을 망라한 5만개에 이르는 상품을 갖춰놓고 고객이 투자금액, 목표수익률, 위험에 대한 자신의 입맛, 투자기간 등을 입력하면 3초 안에 원하는 상품을 골라준다.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는 금융상품을 쫓아 이 은행, 저 증권사를 찾아다니는 발품을 팔지 않고 손끝으로 클릭 한두번만 하면 해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1년 5월11일. 일본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은행업무를 하는 인터넷뱅크인 ‘소니뱅크’가 출범했다. 휴대용 녹음기인 ‘워크맨’이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유명한 전기·전자회사인 소니가 80%의 지분을 출자한 이 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영업점이 없다는 것. ‘머니킷(money-kit)’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계좌이체 같은 은행거래와 재테크정보를 제공한다. 현금을 입금하거나 찾을 때는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의 7600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다.
금융이 시간(오전 9시∼오후 4시30분)과 공간(영업점)의 제약을 벗어 던지고 있다. 도구는 바로 인터넷. 언제든지 필요할 때는 컴퓨터를 켜고 클릭만 하면 원하는 재테크 정보를 얻고 투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스트리트에 자리잡은 웰스파고 은행. 하루에 270만명 이상이 웰스파고의 홈페이지(wellsfargo.com)를 찾고 이 중 3분의 1 가량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한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 웰스파고가 고객의 ‘손길’을 잡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 제공한다”는 목표에 따라 ‘웰스원룩(Wells-Onelook)’ 등을 통해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기 때문.
웰스원룩은 한 화면에 여러 금융기관의 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기술. 이를 통하면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갖고 있는 자신의 금융상품도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다. “원룩으로 고객들은 여러 사이트를 가지 않고도 자신의 현재 금융 상태는 물론 과거의 거래를 알 수 있다. 계좌조회는 물론 머니마켓, 투자, 크레디트카드, 온라인여행보상과 같은 정보도 클릭 한번으로 얻을 수 있다”(미셸 스콧 홍보 담당 임원)는 설명이다. 금융기관별 온라인 ID와 비밀번호를 따로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특징. 고객 계좌 정보는 하루 24시간 어느 때나 로그인할 때마다 업데이트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물론 전 세계 금융기관이 하루빨리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기술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웰스파고 고객 중 지점창구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옮겨간 이민율(migration rate)은 10%를 넘는다. 국내에서 인터넷뱅킹이 가장 활발하다는 주택은행의 이민율이 5%에 머물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민율에서 볼 때 인터넷뱅킹의 강자는 스웨덴의 SE방켄. 이 은행의 이민율은 무려 25∼30%에 이른다. 잔액조회나 계좌이체 등 기본적인 것 외에 예금 대출 등 지점에 가야 할 수 있는 업무도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다. “북극이 가깝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 외출을 삼가려는 지역적 특성으로 휴대전화가 활성화되고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는 인터넷뱅킹이 발전하고 있다.”(UBS워버그증권 인터넷뱅킹 관계자)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