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부총리 등과 주말 합숙토론]추경 등 주제 폭넓을 듯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45분


경제부처 장관들과 여야의 경제분야 ‘간판의원’들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이색적인 ‘정책 토론회’가 19, 20일 열린다.

이번 모임에는 정부측에서 진념(陳稔)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이 참석한다. 또 민주당에서 정세균(丁世均)기조위원장 강운태(姜雲太)제2정조위원장 홍재형(洪在馨) 박병윤(朴炳潤)의원이, 한나라당에서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 이상득(李相得) 이강두(李康斗) 이한구(李漢久) 안택수(安澤秀)의원이 동참할 예정이다.

홍재형 김만제 의원은 과거 경제 부총리를 지냈고 강운태 박병윤 이상득 이한구 의원 등도 당내에서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 이번 토론회는 솔직한 의견교환이 가능하도록 당초 원주 오크밸리 콘도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장소가 미리 알려져 다른 곳으로 옮겨 이뤄질 전망이다.

주제를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다. 4월 임시국회 때 여야 의원들에게 이번 모임을 제안했던 진경제부총리는 “현재의 입장차이를 떠나 함께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모든 경제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정부·여당 야당의 시각

정부·여당현안야당
-조기에 추경 편성(여당)

-경기상황 등 지켜본 뒤 6월중 편성여부 결정(경제부처)

추가경정예산 편성-추경 편성은 내년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므로 반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 핵심사안은 완화 불허. 기타 투자 및 수출촉진을 위한 규제완화는 가능. 대기업규제 완화-기업활동과 오너부문을 분리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대폭 철폐
-현재 국가채무 규모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국가채무-이미 실질적 국가채무액은 위험수위이며 다음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
-현대를 그냥 무너뜨릴 경우 국민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 현대 계열사 지원-그동안의 대규모 현대 지원은 명백한 특혜로 대북사업 등을 둘러싼 현정부와의 유착의혹 짙음
-일부 문제는 있었으나 공적자금 조성으로 경제위기 극복 및 시장안정에 기여 공적자금 -공적자금 조성 및 투입, 회수 등 전 과정에서 정책실패 나타남

하지만 결국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핵심 현안들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불투명한 경기진단과 전망을 비롯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국가채무 및 공적자금, 현대 계열사 처리문제 등이 토론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 같이 예민한 이들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과 야당간은 물론 일부 사안은 여야와 정부가 각각 ‘3인 3색’이어서 이번 ‘합숙 토론회’에서 얼마나 의견접근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현대 계열사 처리와 국가채무 문제의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는 하룻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쉽게 풀리기 어려운 근본적인 시각차와 상호 불신감이 있다. 또 추경 편성 문제는 빠른 시일 안에 밀어붙이려는 여당과 이를 ‘선심성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야당, ‘경기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추경을 짤지 여부를 결정하자’는 경제부처로 갈려 있다.

어쨌든 국회 등 공개석상에서 사사건건 대립했던 정부여당과 야당의 ‘경제통’들이 밤늦게까지 ‘넥타이를 풀고’ 경제를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일단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이런 이론가가 되라" 전문가 제언▼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라.”

정부 경제팀 수장들과 민주당, 한나라당 경제정책팀 소속 의원들이 이번 주말 갖게 될 경제정책 토론회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여야 의원과 경제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들에 대해 최소한의 합의를 이루라는 것.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미국이 70∼80년대 쌍둥이 적자로 고전하고 있을 때 공화당과 민주당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를 살리자는 목표 아래 ‘워싱턴 컨센서스’를 만들어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우리도 이런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여야 의원들이 이런 용단을 내림으로써 여당이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신경제 부활이라는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정전무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각종 규제완화와 시장경제 질서 확충을 위한 정책사안들을 담고 있었다”며 “우리도 여야가 정파나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 한국경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개혁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토론회에서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스탠더드(국제적 기준)를 한국적 현실에서 접목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활발한 정책토론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홍성일(洪性一)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은 “그동안 똑같은 경제문제를 놓고 정부와 당, 또 여당과 야당에서 시각차가 너무 컸다”며 “이런 양극화 현상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토론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홍사장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정책 리더들이 함께 모여 현안을 고민하는 것 자체에서 위안을 얻을 만하다”며 “글로벌스탠더드도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만큼 우리 사정에 적절히 적응시키려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번 모임을 통해 여야의원과 경제팀들이 허심탄회하게 말문을 터놓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최근의 불필요한 논쟁이 수그러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국민경제를 함께 고민하는 이런 자리는 잦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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