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처리실적 세계 1, 2위를 지키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항만산업의 ‘짭짤함’을 깨달은 곳이다. 이들은 물동량이 포화상태가 되기 이전에 미리 항만시설을 늘려 ‘1등 항만국’을 이루어 낸 것이 공통점이다. 당장의 물동량 처리에 급급한 한국 항만과 큰 대조를 보였다.
홍콩터미널의 데이비드 로빈슨 이사는 “1선석당 연간 60만TEU를 처리하기 위해 최첨단 대형 크레인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의 1선석당 처리능력은 30만TEU에 불과하다.
컨테이너 모선 1척이 입항할 때마다 9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환적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때마다 220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싱가포르 항만산업의 부가가치는 연간 164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1.5%를 차지할 정도.
중국 상하이항의 기세는 더 무섭다. 푸둥항만공사의 뤼쓰밍(旅思明) 부사장은 “국가 차원에서 상하이항을 아시아의 허브포트로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항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우택(鄭宇澤) 해양수산부 장관은 “현재의 항만투자 수준으로는 항만시설 확보율이 2011년에 65% 수준으로 떨어져 수출입 화물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물류대란까지 예견된다”고 우려했다. 2011년까지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현재의 718만TEU에서 3000만TEU 이상까지 늘려야 선진항만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싱가포르〓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