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전환기 CEO의 역할과 경쟁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2000년’ 보고서를 인용, 국내 CEO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도가 조사대상 47개 국가중 45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 국내 CEO는 비전과 사업영역 설정, 투자의사 결정 등과 같은 중요한 판단을 정부와 오너에 의존해 전략적 기능이 취약할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식견이 부족해 소신있는 의사결정보다는 정치적 협상이나 타협으로 대신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IMD 조사결과 국내 CEO의 전략적 마인드를 나타내는 ‘기업가정신 수준’은 IMD조사대상 47개국가중 40위에 머물렀다.
아울러 4월1일 현재 10대그룹 CEO의 외부영입은 6.1%에 그쳐 미국의 19.2%와 비교할 때 순혈주의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강해 능력있는 외부경영자 영입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한국 CEO의 평균 재직년수는 2.9년으로 일본의 4.6년, 미국의 6.4년에 비해 상당히 짧으며 이는 경영성과가 나쁠 경우는 물론이고 성과가 좋아도 교체되고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4월1일 현재 10대그룹 소속 CEO 229명중 내부승진은 57.2%인 131명, 경력승진은 36.7%인 84명, 외부영입은 6.1%인 14명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내부승진 53.8%, 경력승진 26.9%, 외부영입 19.2% 등으로 조사됐다.
국내 CEO의 평균 연령은 평균 56.4세로 미국의 54.8세보다는 높고 일본의 63세보다는 낮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내 CEO의 보상수준은 15만9000달러로 미국기업의 8분의 1, 일본기업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며 99년 기준으로 동남아 경쟁국인 싱가포르의 62만달러, 말레이시아의 29만달러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조사와 관련 SK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CEO가 내부승진이 많은 것은 폐쇄적인 기업문화의 탓도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영입할만한 CEO자원이 외부 노동시장에 별로 없기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각 재벌그룹은 내부에서 CEO를 육성하는 나름대로의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