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부실 규모 7000억∼8000억원선〓정부는 지난달 안건회계법인을 통해 현대투신 매각을 위한 실사를 벌였다. 실사 결과 추가 부실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7000억∼8000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실사 결과 현대투신은 작년 7월 현재 1조2000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인 것. 따라서 현대투신의 자본 잠식규모는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진동수 금감위 상임위원은 “AIG측이 영화회계법인을 통해 지난달부터 현대투신에 대한 정밀 실사를 벌였지만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부실사결과와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양측의 실사 결과를 조율해 구체적인 공동 출자 규모를 등 양자의 부담분을 확정하는 것.
AIG측은 2월 △현대투신 △현대투신이 9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투신운용 △현대투신의 최대주주(23.67%)인 현대증권 등 3개사를 일괄 인수하는 조건으로 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짐작했던 것 이상의 부실이 드러난 만큼 정부는 AIG측에 투자 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AIG컨소시엄이 다수의 투자자로 구성돼 있어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한데다 이미 1조1000억원을 투자 상한선으로 제시해 놓고 있기 때문. 만약 추가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가 투입해야할 공적자금 규모는 현대전자 상선 엘리베이터 등 3개사의 현물출자분(약 2000억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6000억∼7000억원은 돼야 한다.
▽또다른 변수, 현대증권〓현대증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특별 검사는 현대증권을 패키지로 양도하기 위한 실사 성격의 검사로 보인다”며 “정몽헌 회장이 경영권 양도에 반발하고 있지만 AIG측이 현대증권없이 현대투신과 운용만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MH의 경영권 방어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대증권이 부실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경영권 양도를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현대생명과 현대투신 등 부실 금융사에 대한 경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경영권 포기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우철 금감위 감독정책 2국장은 “현대그룹이 이미 금융산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고 그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투신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뒤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이훈·박정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