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혁 추진자서 감시자로 한국정부 역할 바뀌어야"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30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개혁의 중심을 옮겨야 할 시기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핵심은 ‘시장원칙’이지요. 정부 역할도 지난 3년간 ‘적극적인 추진자’였다면 이제 ‘시장감시자’로 바뀌어야 합니다.”

조지프 윈더 재미한국경제연구원(KEIA·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소장(사진)은 “현재 한국경제는 외환보유고 재무안정성 등에서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실한 상태”라며 “개방된 시장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긴 안목의 경제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윈더 소장은 18, 19일 ‘한국경제의 위기와 회복’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재벌구조조정을 40년간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틀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가격하락 등 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자자동차 등 주요산업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 또 정보기술(IT) 분야의 빠른 발전이 전통산업과 융합된다면 큰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윈더 소장은 구조조정의 방향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수익성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자’와 ‘패자’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설명.

그는 대북경협과 통상현안도 ‘시장’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대북사업이 가능성 없다고 확대 해석할 일이 아니다”며 “각종 대북사업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시장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지 W 부시 정부는 일부 우려와 달리 한국의 대북정책에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남북경협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안보 차원의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윈더 소장은 “최근 미국경기불황은 긴 호황 뒤의 일시적인 조정”이며 “이를 장기공황의 시작으로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 농산물 철강 등에 대한 부시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유로운 시장질서’라는 원칙에 의한 것으로 미국불황을 해결하기 위한 압력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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