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개 공기업 부채 446조…정부 "대부분 금융기관 예금"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18분


정부가 투자한 104개 공기업의 총부채가 최근 3년 동안 매년 평균 27조원꼴로 늘어 2000년 12월 현재 446조69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가 24일 한나라당 예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총부채는 1997년 365조774억원에서 1998년 416조2245억원, 1999년 401조5589억원, 2000년 446조6984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동안 늘어난 부채는 81조6210억원(22.4%).

한나라당은 이 같은 공기업 부채 증가가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면서 부채 경감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부채의 상당 부분이 금융기관의 예금이거나 사회간접자본(SOC) 형태의 자산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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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과 이들 기관의 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68개 기관의 부채는 1997년 80조8239억원에서 2000년 109조2776억원으로 28조4537억원(35.2%)이 증가했다.

특히 정부 지분이 50% 미만인 정부출자기관의 25개 자회사의 부채는 1997년 1조5016억원에서 2000년 5조5171억원으로 2.7배(4조155억원)가 늘었다. 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인 코레트신탁이 143억원에서 7140억원으로,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통신해저통신이 11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각각 증가한 게 대표적인 사례.

정부출자기관의 모기업 역시 같은 기간 부채가 19조1026억원에서 25조5073억원으로 33.5%(6조4047억원) 늘었다. 그 중에서도 단기부채(상환기간 1년 이내) 증가율이 83.3%로 장기부채 증가율 15.4%(2조1568억원)보다 훨씬 높았다.

단기부채가 많이 늘어난 정부출자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139억원에서 1902억원) 한국담배인삼공사(4479억원에서 1조236억원) 한국감정원(81억원에서 415억원) 대한송유관공사(305억원에서 1308억원) 등이었다.

정부 지분이 50%를 넘는 정부투자기관 모기업의 총부채 증가율은 29.6%였다. 특히 농업기반공사(2조7004억원에서 3조7546억원) 한국전력공사(29조6085억원에서 32조6951억원) 한국도로공사(5조6256억원에서 11조5978억원) 한국토지공사(7조2773억원에서 11조2570억원) 등의 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대부분의 공기업이 수익으로 빚을 갚지 않고 신규사업 투자나 종업원 복지 향상에 사용하고 있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기업 부채는 문제가 안된다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기관의 경우 부채가 늘었으나 예금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므로 단순히 부채규모만 갖고 문제삼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방만한 경영 때문에 빚이 늘었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개혁을 맡고 있는 기획예산처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종 SOC 투자를 대폭 늘렸다”며 “도로 항만 건설 발전 등에서 늘어난 부채는 자산이 덩달아 늘어나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송인수·최영해·선대인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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