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지원조건 갈등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0분


현대상선과 채권은행이 현대상선에 회사채신속인수 혜택을 줄 때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의 경영권 박탈조항을 넣을지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외환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현대상선이 오는 9월 회사채신속인수 혜택을 받으려면 '유동성 위기 재발시 대주주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책임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지분율 15.16%)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4.9%)이다.

▽경영권의 향방=산은 관계자는 "이미 정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어 처분확약서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까지 대주주지분처분 위임장을 낼 경우 정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마저 깨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김충식 사장은 "대주주지분처분 위임장은 해외채권자들로부터 사전동의를 받기로 약정된 사안으로 이를 어길 경우 28억달러의 대외채무에 대해 일시 조기상환 요구를 받게 된다"며 "해외채권자들이 동의를 거부,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이어 "현재 정부와 채권단에 이같은 정황을 설명, 위임장 요구조건을 철회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현대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을 팔아 부채를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지분은 계열분리 차원에서 매각되며, 현대증권은 현대투신을 미국 AIG에 넘길때 함께 매각될 공산이 크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증권 주식매각대금 4000억∼5000억원으로 부채를 갚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 "돈 되는 사업만 한다"=현대의 계열사들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손을 뗀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또 올해를 e-비즈니스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최근 세계 최초의 해운관련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는등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주요 항로를 확대재편해 올해 사상 최대인 매출 5조9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대종합상사는 무선문자전송서비스(SMS),모바일뱅킹 등 무선솔루션을 구축해주는 사업에 새로 진출키로 했다.

현대택배는 홈쇼핑과 제3자물류사업(TPL)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최홍원 이사는 "신규 홈쇼핑사업자 선정에서 농수산 TV와 연합홈쇼핑등 두 개의 채널 사업권을 획득했다"며 "제3자 물류서비스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영.김동원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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