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주먹구구…감사원, 8개기관 73건적발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9분


국가 에너지정책의 수립과 집행, 사후관리 등 전 분야가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산업자원부 등 8개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73건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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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산업자원위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특감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주관부서인 산자부는 에너지정책의 뼈대인 에너지기본계획(97∼2006년)의 경우 추진과정에 큰 변화가 있었으나 계획조차 조정하지 않는 등 4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따르면 산자부는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비상에너지계획 등 국제 유가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보완하는 각종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제2차 에너지 이용합리화 기본계획(99∼2003년)처럼 법정기간보다 1년 늦게 정책을 수립해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더구나 제1차 에너지 이용합리화 기본계획(93∼97년)의 추진실적을 분석·평가하고 2차 계획에 반영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아 2차 계획의 에너지절감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으며 98년 국내 에너지소비가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8.1% 감소했으나 당초 예상치(4.3% 증가)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에너지자원 관리분야에서도 △95년부터 집행중인 석유비축계획의 경우 계획보다 13년 늦은 2019년이 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유가완충준비금 적립계획 역시 목표연도(99년)가 지났으나 당초 목표(6개월)에 턱없이 모자란 1개월 가량만 지탱할 수 있고 △기초 통계조차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자부는 이어 △지난해 파문을 불러온 에너지가격 구조개편 역시 불합리한 표본조사를 통해 추진했으며 △지역에너지계획 역시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정을 어기고 수립하지 않거나 잘못 수립했어도 지도하지 않았으며 △특정 정유사의 건의로 정부 고시를 바꾸는 등 크고 작은 지적을 무더기로 받았다.

이 밖에도 한국가스공사는 권한도 없이 1조50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관리공단 등 산자부 산하기관 15건, 지자체 14건의 문제가 함께 지적됐다.

김의원은 “에너지정책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게 드러난 것”이라며 “철저한 반성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고유가행진이 지속되자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서울시 경기도 등 8개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산하기관 포함 109개 기관)에 대해 특감을 실시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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