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재경부 "부실금융기관 공자금투입 빚늘어"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9분


정부는 공기업의 빚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넣는 과정에서 ‘금융 공기업’이 대거 탄생한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해야 하는 공기업의 성격상 소모성 부채가 아니라 토지 건물 도로 발전설비 등 자산도 함께 늘어난 것이므로 ‘소모성’ 부채와는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공기업 부채 증가의 원인을 조목조목 밝히지는 않고 있어 공기업 부채 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 빚은 예금 증가 탓〓변양호(邊陽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금융기관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받는 예금이 모두 부채로 잡히므로 금융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채 규모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도 “금융기관은 누적 적자가 얼마인가가 재무 건전성을 따지는데 의미있는 지표”라며 “영업이익을 제대로 내는지를 살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산처, 공기업 부채비율은 ‘제자리’〓기획예산처는 공기업 부채를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현(金泰賢)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은 “고속도로 건설이나 발전소 설비, 댐 건설 산업단지 분양처럼 공기업은 대체로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므로 빚이 늘면 자산도 함께 늘어난다”며 “수익성이 있는 자산이 있느냐 여부를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처의 다른 관계자는 “부채 규모가 늘었다고 해도 정부 투자기관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 현재 121%밖에 되지 않으며 출자기관은 이보다 더 낮은 8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평균 부채 215%보다 훨씬 낮으므로 부채 규모를 따지기보다 자산 유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옥석 구분 작업은 뒷전〓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 규모와 재무 현황 등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 재경부는 공기업 부채 규모와 관련, 일절 입밖에 내지 않고 정보를 독점하면서 외부 누출을 꺼리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공기업 부채에 대한 최신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며 “지난해말 자료를 검증하는 단계라서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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