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호텔 같지만 이 곳은 싱가포르항공이 인천국제공항 안에 마련한 ‘실버크리스 라운지’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 짬시간이라기에는 길고 뭔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을 휴식·업무·사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 항공서비스는 사람을 태워 목적지까지 실어나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죠. ‘항공’을 이용하는 전과정이 서비스의 대상입니다.”
싱가포르항공의 옹 분킴 한국지점장(54·사진)은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의 시간도 우리에게는 서비스를 드리는 기회”라며 실버크리스 라운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약25억원(싱가포르화 약340만달러)을 들여 이 실버크리스 라운지를 꾸몄다. 이용대상은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승객.
“항상 한 발 앞서고, 경쟁사를 기다리지 않으며, 서비스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것이 싱가포르항공의 기업철학입니다. ‘정체’는 곧 ‘도태’거든요.”
최고급의 서비스를 도입하면 어느 틈에 경쟁사가 또 다른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
싱가포르항공은 70년대부터 기내 음료는 무료제공했다. 96년 이코노미클래스까지 개인용 비디오 스크린을 설치한 것이나 95년 한국노선에서 기내식에 김치를 곁들인 것도 처음.
“우리는 장기적인 전망을 봅니다. 지난해 10월 타이페이에서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죠. 우리는 사고수습에 돈이 당장 얼마 들어가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에만 우선 집중했죠.”
실제로 사고무마와 책임회피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처해 타이페이 사고 이후 오히려 기업이미지가 나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47년 설립됐으며 한국지점은 74년에 문을 열었다. 서울-싱가포르 주22회 등 40개국 90여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