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15.2%)와 현대아산이사회 정몽헌 회장(4.9%)이 아직 주식처분확약서에 사인하지 않았지만 현대상선이 확약서를 제출한 만큼 대주주의 사인을 받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앞으로 1년 내 유동성위기가 재발하면 대주주 지분을 판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주식매각〓현대상선은 자구계획서에서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증권 현대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노후선박을 빠른 시일 안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은 감당할 수 있지만 부채규모가 3월말 현재 6조7213억원으로 너무 많아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 지분 12.46%(취득원가 2038억원), 현대증권 15.54%(〃 2853억원)를 갖고 있다. 주당 취득가격은 현대중공업 2만1522원(평가이익 약 470억원) 현대증권 1만6003원(〃 평가손실 11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 지분은 평가이익을 내고 있어 계열분리 차원에서 매각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러나 현대증권 지분은 주가가 너무 떨어져 매각손실이 발생할 상황이어서 하이닉스반도체와 비슷하게 주식을 일단 제3자에게 취득원가로 넘긴 뒤 다시 미국 AIG에 파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현대, 소그룹 전락 불가피〓현대상선이 3개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팔고 나면 현대그룹은 현대종합상사와 몇몇 중소기업을 보유한 소그룹으로 전락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또 내년부터 자력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만 정몽헌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종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였던 현대건설이 유동성위기에 빠진 이후 그룹지주회사를 현대상선으로 바꾸었지만 현대상선마저 부채에 몰리는 바람에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내년에 회사채 차환발행이 가능하게 되려면 하반기에 그룹의 유동성문제가 완전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