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 보고서는 최근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잇따라 내놓은 '경기바닥론'을 무색하게 한다.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수출과 출하, 재고, 설비투자, 제조업가동률 등 여러 부문에서 별 좋지 않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컴퓨터 등 IT 수출 비상 =지난달 산업활동지표가 악화된 이유는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나빴기 때문. 반도체 가격도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물량마저도 많이 줄었다. 통계청은 "한달에 반도체 수출물량이 평균 1억5000만개였으나 지난달엔 9600만개였다"고 밝혔다.
정택환(鄭宅煥)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IT(정보기술)부문의 수출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해외경기 움직임이 변수=4월중 반도체 생산증가율(전년동월비)은 10.2%로 3월중 증가율 26.5%에 크게 못미친다. 출하도 3월 17.6%에서 지난달엔 5.0%로 크게 줄었다. 반면 재고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쌓여가고 있다. 반도체 재고물량은 3월에 97.5%나 늘어난데 이어 4월에도 98.5% 증가했다. 미국의 IT 수요가 줄면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권오규(權五奎) 재경부 차관보는 "4분기 들어 세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수출활성화와 투자진작에 경제정책의 중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에 경기회복될까=통계청은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 상태가 경기바닥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기둔화세는 진정된 모습이지만 큰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미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려면 미국 반도체 경기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며 "내수가 점차 살아나고 있어 향후 경기를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영해 박중현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