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7월 학원을 경영하신다는 그 고객을 만났다. 학원운영으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꼬박꼬박 수익증권 통장에 돈을 넣으셨다. 그것도 아이들이 빨간 돼지저금통을 털어 한보따리 가져오는 동전처럼 늘 현금으로만 적지 않은 액수를 가져와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는 채권형 수익증권 상품의 수익률이 꽤 높을 때라 고객들이 늘 지점창구에 길게 줄을 서곤 했었다.
그분은 번호표를 뽑아 기다려야 했지만 ‘늘 찾던 직원이 편하다’며 지점에 들르실 때마다 나에게 일을 맡기셨다. 그 날도 그 분은 분주한 가운데서 상품을 소개받은 뒤 그 중 수익률이 좋다는 수익증권에 가입하고는 서둘러 돌아가셨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많은 현금 뭉치 속에서 10만원권 수표 3장을 발견했다. 수표는 여러 사람을 거쳤는지 발행한지 꽤 오래된 것이었다. 수표 뒤에는 이름이 적혀있지도 않았다. “어느 고객이 잘못 입금했을까?” 고민하다 그 고객이 생각났다.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맞다”며 반색을 했다. 나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계좌에 입금했다.
내가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여겼는데 그 고객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관련 부서로 직접 전화를 해 서비스 우수직원으로 추천해 주셨고 나는 회사에서 표창까지 받게 됐다. 방문해 선물을 주기도 했고 따뜻한 미소로 격려도 해주시기도 했다. 사실은 그 일 이후 그 분이 오히려 나의 가장 큰 ‘우수고객’이 됐다. 친지와 이웃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가끔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관한 소식이 들려올 때가 있다. 그래도 많은 금융인들은 고객 재산을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한다. 또 직원이 고객을 기억하는 것보다 고객이 직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현대증권 화곡지점 조선영대리>
<이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