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영실적 평가]비효율 공기업 '본보기 문책'

  • 입력 2001년 6월 19일 20시 35분


박문수(朴文洙) 광업진흥공사 사장을 ‘중도하차’키로 결정한 19일 정부투자기관 운영위원회에서는 2시간동안 뜨거운 격론이 벌어졌다.

운영위 위원장인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과 정부부처 차관급 중심의 위원들은 해임건의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나쁜 공기업 사장을 그대로 둘 경우 부담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이 그동안 여론의 집중적 비판을 받아온 ‘전문성이 약한 정치인 출신 CEO’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도 이번에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인출신 공기업사장 해임 의미〓이번 조치는 공기업 사장의 경영책임에 대해 ‘공식절차’를 밟아 해임건의를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3월에 나온 6개 공기업 사장에 대한 경질 결정은 청와대에서 전격 결정한데다 여권(與圈)정치인 출신의 공기업 사장은 한 명도 포함돼있지 않아 ‘힘없는 공기업 CEO’만 당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기업 사장에 대한 문책과 함께 정부 투자기관에 대한 성과급 체계도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숙제다. 이날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13개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1등인 한전 임직원과 꼴찌인 대한석탄공사 직원들은 상여금 차이가 98%포인트에 그쳤다. 심지어 광진공은 사장이 중도 퇴진하는 가운데서도 직원들은 지난해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288%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석탄공사 광진공 주공 등 실적부진 ‘트로이카’〓99년 8위에서 이번에 12위로 밀려난 광업진흥공사는 공사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없이 사업을 추진했다가 사장이 잘리는 문책을 받게 됐다. 광진공은 주요 사업인 융자금을 제대로 걷지 못한 점도 중요한 경영실책으로 지목됐다. 해외사업도 경제성과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정보화 추진사업도 주먹구구식으로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사장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에서도 99년 83.13점이었으나 지난해엔 78.31점으로 80점에 미치지 못했다.

석탄공사는 99년 경영실적평가에서 13개 기관 중 10위였으나 지난해 평가에선 13위로 꼴찌였다. 이 회사는 누적결손이 6067억원으로 매년 700억원씩 만성적자를 내고 있으나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더 늘리는 등 안이한 경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탄산업 침체에 대한 중장기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11위인 주택공사는 미분양주택을 많이 떠 안고 있어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석유공사와 농수산물유통공사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경영부진 사장 이미 상당수 ‘물갈이’〓실적부진 정부투자기관의 ‘사장물갈이’가 3월 이미 상당부분 이뤄졌다. 정부는 3월 이병길(李丙吉) 석탄공사사장과 오시덕(吳施德) 주택공사사장, 최중근(崔中根) 수자원공사사장 등 공기업 사장 6명을 해임했다. 경영실적이 나빴으나 문책을 비켜간 광진공 박 사장이 부실경영자로 이번에 타깃이 된 셈이다.

▽성과급 별 차별없어 효과 미지수〓실적평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13개 기관 직원들의 상여금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1등과 꼴찌 차이가 산술적으로 400%포인트까지 벌어지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98%포인트에 그쳤다. 99년 평가 당시엔 1위와 13위간 상여금 차이가 150%포인트였다. 사장이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나도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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