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계 하반기도 "투자보다 내실"‥보수경영 치중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51분


경기침체가 지속된 상반기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주저했던 대기업들이 하반기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내실을 다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국내외 경기의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하반기에 활발해지는 대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전망이다.

▽‘보수경영’이 ‘공격경영’ 압도〓삼성의 경우 하반기 경영의 화두를 ‘질적 구조조정’으로 정했다. 한계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인건비가 싼 중국 등으로 옮겨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온양공장의 비메모리 반도체 라인설치를 올해 8월에서 내년 초로 미뤘고 삼성전기는 셋톱박스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13개 사업을 올해 안에 분사 또는 매각하기로 했다.

올해 초 총 투자액을 설비투자 5조원, R&D 1조7000억원 등 6조7000억원으로 정한 LG는 금액을 조정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전자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3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 연말에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차입금을 꾸준히 갚아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공격경영 의지가 강한 SK는 SK㈜가 신약개발 등에 200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는 등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벤처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핵심사업을 발굴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현금 들어오면 빚 갚는 게 우선〓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 등을 통해 현금이 들어올 경우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데 쓰는 게 최근 대기업들의 공통된 흐름.

LG전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브라운관 합작법인을 세우는 데 따른 후속조치로 들어오는 현금 11억달러를 전액 부채상환에 쓰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지분의 해외매각이 이뤄지면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해 현재 200% 이하인 부채비율을 더욱 낮추기로 했다.

한솔은 팬아시아페이퍼 매각대금이 7월에 입금되면 일부를 부채축소에 활용하고 한솔제지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도 적정가로 회복되면 곧바로 매각해 전액을 빚 갚는 데 쓸 예정이다.

한진도 하반기에 비핵심분야의 각종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급이자 부담을 덜 계획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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