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재계에 따르면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하반기에 활발해지는 대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전망이다.
▽‘보수경영’이 ‘공격경영’ 압도〓삼성의 경우 하반기 경영의 화두를 ‘질적 구조조정’으로 정했다. 한계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인건비가 싼 중국 등으로 옮겨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온양공장의 비메모리 반도체 라인설치를 올해 8월에서 내년 초로 미뤘고 삼성전기는 셋톱박스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13개 사업을 올해 안에 분사 또는 매각하기로 했다.
올해 초 총 투자액을 설비투자 5조원, R&D 1조7000억원 등 6조7000억원으로 정한 LG는 금액을 조정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전자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3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 연말에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차입금을 꾸준히 갚아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공격경영 의지가 강한 SK는 SK㈜가 신약개발 등에 200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는 등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벤처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핵심사업을 발굴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현금 들어오면 빚 갚는 게 우선〓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 등을 통해 현금이 들어올 경우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데 쓰는 게 최근 대기업들의 공통된 흐름.
LG전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브라운관 합작법인을 세우는 데 따른 후속조치로 들어오는 현금 11억달러를 전액 부채상환에 쓰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지분의 해외매각이 이뤄지면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해 현재 200% 이하인 부채비율을 더욱 낮추기로 했다.
한솔은 팬아시아페이퍼 매각대금이 7월에 입금되면 일부를 부채축소에 활용하고 한솔제지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도 적정가로 회복되면 곧바로 매각해 전액을 빚 갚는 데 쓸 예정이다.
한진도 하반기에 비핵심분야의 각종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급이자 부담을 덜 계획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