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북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남측정부의 사업 지원요청을 간접 수용함으로써 대북포용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익성 보장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온 국내 기업들에 정부가 ‘사업을 보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관광공사의 대북사업 참여는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강조했던 정경분리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경분리 원칙 훼손〓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은 합의서를 체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사업 진행을 위해 정부에 어떤 형태로든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관련기관의 자금지원이나 금융기관의 지원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현대 금강산관광사업의 정상화와 직접 연관됐다는 뜻이다.
물론 엄밀히 따진다면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원래 정경분리란 정치 군사적 이유로 민간의 경제교류가 영향받거나 중단되는 것을 막자는 의미”라며 “중소규모의 위탁가공업체에도 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공사의 컨소시엄 참여는 “흔들리는 금강산관광사업을 지탱하기 위해 관광공사를 매개로 국민세금을 활용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관광공사의 대주주가 정부이고 올해부터 매년 33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일반 사기업의 컨소시엄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
▽남북교류협력의 방향수정?〓이번 결정을 ‘남북관광 교류협력의 방향수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북 관광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평화통일 기반도 조성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도 “관광공사의 참여로 금강산 관광사업의 공신력이 높아지고 사업 주체가 안정돼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광공사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현대가 8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와 합의한 금강산관광 활성화 방안에는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산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의 컨소시엄 참여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고육책을 선택한 감이 짙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