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정위가 발표한 언론사들의 과징금 규모는 통상적인 30대 기업이나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다. 공정위는 특히 법규정에도 없는 대(對) 언론사 부당내부거래조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자의적으로 업무집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사 부당 내부거래 유형〓공정위는 신문사 계열 인쇄회사를 집중적으로 뒤져 자금거래를 파헤쳤다. 또 대기업 조사 때처럼 기업어음(CP)이나 진성어음을 통한 자금지원에도 메스를 댔다. 신문사가 분사(分社)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로 떨어져 나간 인터넷회사도 도마에 올랐다. 대기업 그룹에서 분리된 신문사들은 자금거래 장부를 뒤졌다. 문제는 이들 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 동아 조선 중앙 등 ‘빅3’ 신문사들은 법적인 조치로 대응하겠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30대그룹도 아닌 언론사에 조사 ‘칼날’〓공정위의 언론사 조사가 부당내부거래로 모아진 점도 정상적인 업무흐름과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30대 그룹과 일부 공기업에 한해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왔다. 30대 이하 그룹의 경우 아예 조사대상에서 빠져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도 조사를 받지 않는 회사가 더 많다. 공정위의 이런 지침은 공정위 조사로 기업의 정상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비판적 언론에 ‘쇠방망이’ 철퇴〓공정위는 동아일보에 62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13개 언론사가 받은 과징금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빅3’에 대한 과징금은 전체의 절반이다. 반면 공교롭게도 평소 공정위 활동을 지지하는 성향의 보도를 한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각각 2000만원, 1억4000만원에 그쳤다.
특히 공정위가 동아일보에 매긴 과징금은 매출규모가 47조원이나 되는 SK그룹이 받은 과징금 78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SK는 매출의 0.01%를 과징금으로 낸 반면 동아일보는 이보다 172배나 많은 1.72%를 과징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동아일보의 매출은 SK그룹의 10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규모다. ▽언론조사 외압 의혹 못 떨쳐〓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이 프로젝트는 공정위가 자체 기획 조사한 것”이라며 “일부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언론사 조사도 위원장 총괄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일부 간부와 직원들은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에서 동떨어진 언론사를 조사함으로써 ‘경제검찰’로서의 위상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