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수정전망된 올해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작년뿐만 아니라, 당초전망에 비해서도 저성장 고물가로 흐르는 양상이 뚜렷했다.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2월에 5.3%로 전망됐으나 이날 기대치가 1.5%포인트 떨어졌다. 물가는 당초 3.7%에서 4.4%로 0.7%포인트 높게 전망됐다.
성장률 전망치 3.8%는 한국개발연구원(KDI·4.3%)과 삼성경제연구소(4.6%) 등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 아시아개발은행(ADB·3.9%) 모건스탠리(4.5%) 등 일부 해외 연구기관이 제시한 것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01년 한국경제 전망 | ||
실질GDP 성장률(%) | 소비자물가 상승률(%) | |
골드만 삭스(6.6.) | 3.0 | 4.3 |
도이체 방크(6.4.) | 4.5 | 4.0 |
모건 스탠리(6.12.) | 4.5 | 4.1 |
메릴린치(6.12.) | 3.5 | 4.1 |
UBS 워버그(6.12.) | 2.5 | 3.2 |
아시아개발은행(4월) | 3.9 | 3.0 |
I M F (4월) | 3.5 | 4.3 |
(자료=한국은행,괄호안은 발표날짜) |
한은이 6개월 만에 경제전망을 대폭 수정한 주된 이유는 △미국경제의 예상보다 늦은 회복 △엔-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원-달러환율 상승 △국제유가 상승 등 해외요인 등 때문. KDI 심상달 박사는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져 정책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점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간 설비투자증가율이 -0.5%로 작년(34.3%)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수출증가율도 24.2%에서 5.1%로 줄어드는 등 ‘경제성장의 엔진’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의 부양정책 영향으로 건설투자가 -4.1%에서 3.1%로 상승해 성장률을 높이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상황.
한은 정명창(鄭明昌) 조사국장은 “올해 성장률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3·4분기를 고비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물가도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3·4분기 GDP성장률이 3.0%로 낮은 것은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이 9.2%나 됐던데 따른 것이며 4·4분기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가도 올해 관리목표(3±1%)보다 높게 오를 것이지만 상승요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상승하고 올들어 원-달러환율과 공공요금이 상승한데다 가뭄여파로 농축산물 값이 오르는 등 공급측면에 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의 수정전망은 한국경제가 해외요인에 너무 좌우되고 있어 해외요인이 어려워질 경우 자칫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크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