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변화를 설명할 길이 없고, 그래서 아예 제쳐놓다 보니 어느덧 “요즘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서” 해줄 말이 없게 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책임자에 “커버리지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시가총액 2000억원인 A종목의 경우 올들어 나온 분석보고서가 고작 5건. 투자의견은 모두 ‘중립’ 이하로 ‘매도’가 2건이다. 용기있게 적정주가를 낸 두 애널리스트들의 적정주가는 당일주가의 25∼45%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순위 10위 안쪽인 B종목에 대해선 올들어 9건의 보고서가 나왔고 추천의견은 모두 ‘중립’ 이하다. 몸집이나 사업영역이 비슷한 다른 종목들은 평균 20건. 애널리스트들을 떨게 만드는 코스닥 종목은 10개가량에 이른다.
유형은 크게 세가지.
첫째, 펀더멘털이 형편없는 경우. ‘보안업종 대장주’ A종목의 작년 주당순이익은 93원. 올해 순이익이 2배로 늘어난다 해도 주가수익배율(PER)이 130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보안업체들보다도 훨씬 높다. 기업내용 면으로도 원천기술이 없고 보안솔루션 이외의 매출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의견.
둘째,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이것을 돈벌이로 연결하지 못한 경우. B기업은 무료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으로서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주주가 대준 돈을 불려준다’는 주식회사의 도리는 다하지 못했다. 적자를 계속 내니 기업가치 추정은 상상력에 의존하게 된다.
셋째, 실적은 떨어졌는데 주가는 급등한 경우. 상당수 개인선호주들이 이런 케이스다.
‘애널리스트 킬러’들의 공통점은 △누구나 다 안다 △보고서가 잘 안 나온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손대지 않는다 △데이트레이더들이 선호한다 등이다.
대장주의 적정주가와 실제주가 | ||
(단위:원) | ||
A종목 | 적정주가 | 당시주가 |
서울증권 | 9500원 | 2만3800원 (5월 30일) |
현대증권 | 5700원 | 2만3100원 (5월 31일) |
B종목 | 적정주가 | 당시주가 |
현대증권 | 7100원 | 1만8200원 (5월 31일) |
삼성증권 | 1만1000원 | 1만8000원 (6월 15일) |
“주가는 펀더멘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주가만 올라가면 좋은 주식이다”는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세흐름을 잘 타는 투자자라도 이런 종목에서는 언제 크게 물릴지 모른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