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언론사 고발' 반응]"사안 민감…서두를 일 아니다"

  • 입력 2001년 6월 29일 18시 38분


2월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로 시작된 ‘언론사 세금추징 사건’은 29일 검찰고발을 계기로 수사와 기소를 통한 형사처벌 여부를 가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지검 간부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며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수사주체 및 기간〓특별수사 1, 2, 3부가 나누어 맡을 경우 사주와 법인이 함께 고발된 1개사와 법인만 고발된 1개사를 묶어 한 부가 맡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는 고발기록 검토와 고발인 조사, 피고발회사 실무자 소환조사 및 사주 소환조사의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발된 언론사 수가 6개나 되기 때문에 혐의사실을 일일이 확인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에는 두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안의 민감한 성격상 속전속결로 처리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 내용〓검찰은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혐의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확인된 사실이 조세범처벌법상의 범죄구성요건에 맞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범죄구성요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고발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데 사용한 방법이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는지와 피고발인들에게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의도, 즉 탈세의 ‘범의(犯意)’가 있었는지 여부다.

조세범처벌법은 ‘사기’를 ‘부정한 방법’의 한 예로 들고 있을 뿐 더 이상의 예시를 하지 않고 있지만 허위기장과 허위신고서 제출, 이중장부 비치, 거래의 일부에 대한 기장누락 또는 허위계약서 작성 등이 전형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법원 판결 사례〓법원은 97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수십개의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입출금을 반복하면서 자금세탁을 한 것과 99년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회장이 주식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 등을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인정한 바 있다.

또 서울지법은 97년 김현철씨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조세가 포탈된다는 사정을 알면서 자금은닉의 부정행위를 한 이상 조세포탈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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