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6월 한국전기초자에 대한 컨설팅 결과 내려진 사망진단이다. 당시 이 회사는 높은 불량률로 골치를 앓았고 그해 7월부터 77일간 장기파업까지 일어났다.
97년 593억원 적자, 97년말 부채비율은 1114%에 달했다. 97년 12월 취임한 서두칠 사장이 구조조정을 추진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17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주가도 평균 4210원 수준에서 올 6월말 10만2000원이 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구조조정에 성공한 한국전기초자 태평양 삼성전자 휴맥스 신한생명 농업기반공사 등 6개사의 사례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 △노사 협력 △시장흐름을 읽는 타이밍 등을 성공요인으로 들었다.
한국전기초자 서 사장은 근로자와의 대화로 신뢰를 얻고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보다는 조직을 효율화시키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저부가가치인 TV유리에서 고부가가치인 컴퓨터 유리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태평양은 95년부터 금융 야구단 등 비핵심사업을 매각·청산해 24개이던 계열사를 8개로 줄였다. 시장조사로 히트상품을 개발하고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52개의 적자·한계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 통신 디지털가전 등 정보기술(IT)에 집중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IT흐름을 탄 것도 좋은 성과를 올린 원인.
휴맥스는 CD반주기 등의 사업을 중단하고 디지털 셋톱박스에만 역량을 집중했다. 성장성있는 시장의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었던 셈.
신한생명은 영업망을 기존의 25%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영업지점에 자율성을 강화했다. 농업기반공사는 농업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연합회 등 3개 기관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시장경영계약 이행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구조조정은 급한 불을 끄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의 씨를 뿌리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