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와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3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7억23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5%에 그쳤다. 수주건수도 작년 상반기엔 54건이었으나 올 상반기엔 32건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건교부가 연초 세웠던 해외건설 수주 목표(8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수주실적이 급락한 것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동아건설 등 이른바 ‘해외건설 3인방’의 부진 탓이다.
매년 해외건설 수주액의 40% 이상을 따냈던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공사수주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 올 상반기에는 3억5900만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실적 16억4200만달러의 20%대 수준이다.
90년대 들어서 연평균 12억달러 이상의 공사를 수주한 대우건설도 지난해 그룹 해체와 계열 분리라는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 수주액이 급감, 올 들어 6월까지 수주액이 작년 같은 기간(2억600만달러)의 절반 정도인 1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을 따내며 90년대에 연평균 7억달러 정도의 공사물량을 확보하던 동아건설도 올 5월 파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받으며 공사를 한 건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기업의 텃밭처럼 여겨졌던 동남아 건설시장이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공사 발주량이 많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업체가 작년 상반기에 아시아지역에서 따낸 공사는 22억1700만달러였으나 올해는 37% 정도인 8억2500만달러에 머문 것.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80억달러 목표를 64억달러 정도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힌 뒤 “현대 대우 등이 경영 정상화 기틀을 마련했으므로 하반기부터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수 있어 수주목표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 대우의 회생만으로는 국내 기업의 위축된 해외건설 수주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공장이나 발전소 등 플랜트 건설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건설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증 한도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