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물가는 어떤가. 6월 중 물가상승률이 5.2%나 됐고 연간으로도 4.4%나 돼 연초에 세웠던 안정목표(3±1%)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래서 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예고됐는데도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더군다나 재정경제부와 민주당이 며칠 전부터 콜금리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한은독립’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심각한 경기 앞에서는 양보해야 했다.
그렇다면 금리인하의 효과는 기대할 만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나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이날 금리인하를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표결까지 거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고만 볼 수 없다〓2.3%로 뚝 떨어진 5월 산업생산 증가율, 7개월 째 내리막인 설비투자, 2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4개월 째 연속 감소한 6월의 수출, 불확실한 미국 일본의 경기회복 등. 악화된 경기에 어떤 정책수단(콜금리)이든 써야한다는 것이 이번 금리인하의 이유다.
더구나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론 금융시장에서 끊임없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데다 캐나다 뉴질랜드 등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도 금리를 낮추는데 ‘우리만 나 몰라라’ 하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도 감안됐다.
자칫 하반기에 집중된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과 맞물리면서 신용경색이 빚어질 가능성도 고려됐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회사채시장(제2금융권)으로 돈을 몰아 회사채 수요를 늘리겠다는 소리다.
▽효과는 미지수〓이날 콜금리 인하로 경기부양을 이룰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은은 콜금리를 낮춰 자금사정을 원활히 하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소비심리도 지속돼 결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일부 외신도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금리인하가 이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자금을 빌릴 데가 없어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닌 데다 작금의 경기부진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부진에 따른 측면이 커 콜금리 인하의 ‘약발’은 생각처럼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강대 김병주(金秉柱·경제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말까할 상황”이라며 “미국 경기를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이창용 교수도 “시중자금이 안전한 국공채로 몰리는 질로의 도피(fligt to quality)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금리인하로 상황이 더 어려워졌을 때 수단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