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30대그룹 여신-투자규제 일부 풀듯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41분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더 줄여나갈 방침을 밝힘에 따라 기업규제 추가 완화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진 부총리는 이날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경쟁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규제완화 대책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다음달 중 개선방안을 내놓는다는 목표아래 본격검토에 들어갔다.

‘경제팀 수장(首長)’인 진 부총리에 의해 다시 시동이 걸린 기업규제 추가완화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안개에 싸여 있다. 다만 그가 최근 공식, 비공식석상에서 털어놓은 말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진 부총리는 규제완화 방침을 공식화하기 직전인 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투자와 수출을 촉진하고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제활동의 핵심주체인 기업의 경영의욕부터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5월에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 등에서 이를 ‘재벌개혁의 후퇴’로 몰아붙이고 여야간 정쟁의 대상으로 번지면서 당초 구상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기업규제 완하관련 움직임
△5월4일진념 부총리,“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의 각종 기업규제 대폭 정비하겠다”
△5월14일경제 5단체 규제완화 세부사항 건의
△5월15일진 부총리,“대기업 경영 투명성을 전제로 한 규제완화는 정부의 최우선정책”
△5월16일정부-재계 간담회 갖고 기업개혁 원칙 하에 규제완화방안 마련키로 합의
△5월19∼20일여야정 천안 경제정책포럼 개최
△5월30일경제5단체장,구조조정 및 경영투명화 지속 추진 다짐
△5월31일정부,재계 건의 72개 사항중 34개항 수용하는 규제완화대책 발표
△6월1∼2일재계,집단소송제 반대 서명운동 움직임
△6월4일정부, 집단소송제 예정대로 실시 발표

재계,집단소송제 반대 서명운동 보류

△7월2일김대중 대통령, “수출 및 투자유치관련 불필요한 규제개선”
△7월4일진 부총리,“기업규제 추가완화방안 검토”

정부가 마련할 추가 규제완화의 핵심은 30대 그룹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각종 제약을 일정부분 풀어주는 식이 될 전망. 과거 한국경제에서 국내 기업간 ‘경제력 집중’이 문제가 될 때 만들어진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현재처럼 외국기업이 몰려오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무의미하다는 분석이 많다.

진 부총리는 “여신 및 투자규제 등을 받는 대상을 30대 그룹 계열사에서 상위 10대 그룹 정도로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며 “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와 관련해 “30대 기업집단을 모두 재벌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에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을 낼 방침인 점을 감안하면 재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30대 그룹 지정제도 완화가 이르면 연내에 결실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는 지방에서의 경제활동 규제완화. 특히 공장설립 등을 둘러싸고 건축법 등에 불필요한 규제가 적지 않아 지방경제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재경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중 실태조사를 벌인 뒤 일부 규제는 없애고 일부는 지방 상공회의소에 넘길 방침이다.

이 밖에 그동안 지나치게 권한과 기능이 비대해진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쟁촉진’ 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조정하라는 재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의 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출자총액 제한제도나 집중투표제 등에서까지 재계에 양보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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