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의 마술사' 김정만 LG산전 사장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42분


73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줄곧 자금관련 업무를 맡아 LG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불렸던 그에게는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또 하나의 호칭이 붙었다.

“어느 경영자인들 알토란 같은 사업을 팔면서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지만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외양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하고, 그러려면 시너지 효과가 적은 분야는 지금 당장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라도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덕택에 재무구조가 좋아졌고 몸집도 가벼워져 핵심사업에 집중할 여건을 갖추게 됐지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LG산전은 무려 4조원이 넘던 부채를 1조원으로 줄였다. LG캐피탈 및 데이콤 주식과 유휴 부동산 등 4800억원 규모의 자산도 가급적 빨리 처분해 차입금 비중을 계속 낮출 계획.

부채부담이 줄어든 데다 올 1·4분기(1∼3월)에만 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영이 호조를 보이면서 김사장의 표정도 밝아졌다. 다만 LG금속 합병에 따른 후속조치로 영업권을 상각하는 과정에서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서류상 적자를 내는게 유일한 고민.

그는 “최고 재무담당자(CFO) 시절에는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아랫사람들이 어려워했을지 모르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부터는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고 소개했다. 직원들을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

LG산전은 전력기기 및 자동화기기 시장에서 국내 선두업체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김사장은 핵심역량과 관계없는 분야로 진출해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산업용 전기전자의 우위를 바탕으로 관련장비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키운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재 1개에 불과한 ‘월드베스트’ 제품을 2006년까지 31개로 늘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사장은 회의 때마다 ‘제로베이스 경영’을 강조한다. “회사를 새로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거의 모든 습관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는 “CEO는 유한하지만 기업은 영속성을 가진 생명체”라며 “최고경영자는 재임기간 중의 단기실적 못지않게 회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타고난 건강체질이지만 매일 아침 집 근처 학교운동장에서 조깅을 하고 아파트 13층까지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LG산전 김정만 사장 프로필▼

△1947년 경남 울주 출생

△부산고,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73년 LG화학 입사, 97년 LG화학 전무

△99년 LG산전 부사장

△2001년 LG산전 대표이사 사장

△경영철학 : “CEO는 유한하고 기업은 영원. CEO는 기업의 장래를 준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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