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최근 국민은행을 주간사로 해 서울 종로 성내 마포 등 3개지역에 있는 주차장의 주차요금을 담보로 ABS 276억원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담보자산을 더욱 다양화해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매출채권 임차보증금 및 임대료 등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
1. 대출세일 시대 2. 쏟아지는 신상품 3. 신용 카드 서비스 4. 인터 넷 빌링 5. 인터 넷 뱅킹 6. 바뀌는 투자열풍 7. 바뀌는 보험시장 판도 8. 프라이빗 뱅킹 확산 9. 투자은행업 등장 10. 글로벌체제 편입 |
최근 확산되고 있는 ‘투자은행 영업’의 사례들이다. 투자은행업의 도입은 우리 금융산업이 겪고 있는 혁명적인 변화중 하나. 경쟁이 치열한 가계금융이나 위험한 기업대출만으로는 국내은행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건당 이익규모가 큰 투자은행 업무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부동산 뿐 아니라 미래현금흐름(Future Cash-Flow)도 담보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도 한몫했다.
인수합병(M&A) 또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투자은행업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 3월에는 프랑스의 비벤디 워터스가 하이닉스반도체의 용수 및 폐수처리시설을 2500억원에 인수할 때 비벤디는 자체자금으로 1200억원만 투자했다. 나머지 1300억원은 비벤디측 주간사였던 하나은행 등 국내금융기관이 1300억원을 대출해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자산매각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했고 하나은행은 M&A 수수료 뿐만 아니라 우량거래처를 확보하게 됐다.
최근들어 가장 성공적인 활동으로 꼽히는 사례는 대우통신.
대우통신은 구조조정을 위해 네트워크장비 교환기 광케이블 등 3개사업부문을 떼내 ‘머큐리’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이를 미국 칼라힐그룹 컨소시엄에 34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 거래에 국민, 하나은행과 체이스맨하탄은행(CMB) 등이 매입자금 1530억원을 대출해줬다.
국민은행 투자금융실 유인준 팀장은 “이같은 거래는 은행이 대출기업의 경영을 직접 감시할 수 있어 일반기업대출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또 기업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대출기업의 예금 외환거래 등에 대한 독점거래권을 따낼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수익에 공헌하는 비중도 크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25명의 직원이 이 분야에서 700억원(이자수익 포함)을 벌어들였다. 1인당 28억원 수준. 관리자산규모가 9400억원으로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평균(1인당 1억2300만원)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생산성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국민은행의 주요 구조조정 금융지원 사례 (단위:억원) | |||
구조조정 대상기업 | 대출금 | 자금성격 | 인수자 및 시행자 |
한라시멘트 | 592 | 인수 자금 | 라파즈 컨소시엄 |
대우통신 | 390 | 〃 | 칼라힐 〃 |
만도공조 | 263 | 〃 | UBS캐피탈 컨소시엄 |
동신제약 | 240 | 인수자금 | 한미약품 |
휴비스 | 200 | 단기부채 장기전환 | 삼양사.SK케미칼 |
일산백석지구 | 275 | 토지구입자금 | 요진산업 |
주:휴비스는 삼양사 SK케미칼이 공동설립.요진산업은 경기도 일산 아파트주상복합건물 공사 |
▼"외국은행과 겨뤄 승산있다"-국민은행 김기현 실장▼
국민은행 김기현 투자금융실장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투자업무는 국내은행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인력전문화와 고객에 수요에 맞는 투자기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대형투자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하지 않는가.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동산팀은 이 분야 경력 10년이 넘는 전문가가 100여명이 있다. 국내은행은 대부분 20∼30여명이 부동산개발 인수합병(M&A) 금융자문 등 전 분야를 맡고 있어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외국금융기관은 국내자금조달이 어렵고 환위험에 노출돼있는 약점이 있다. 국내은행은 인적네트워크가 고르게 발달돼있어 나름대로 영업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할 것인가.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시급하다. 국내외연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지원 등 한국의 현실에 맞는 금융기법을 많이 개발하고 투자은행 부문을 하나의 사업본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세계10개 대형투자은행이 전세계 투자은행업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이 형성돼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금융주선(자금운용 포함) 부문 세계 50위, 컨설팅은 25위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인력보강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지역에 진출하면 10위권 이내로 도약할 수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