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10일 내놓은 ‘기업구조조정의 평가와 대기업정책의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기업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그 성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이 활력을 되찾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로서는 정책방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많은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들이 한꺼번에 시행됐으나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이나 부채비율 200%로 낮추기 등 타당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도 포함돼 있었다”며 “외국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이들 정책은 해당 업계를 설득할 논거가 없으며 정책시행의 성과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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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해 “자산기준 1위인 삼성의 3.6%에 불과한 고합을 삼성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합당치도 않고 30대 기업집단 내 하위 기업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하고 사업 예측도 어렵게 한다”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정책 대상을 4대 기업집단으로 축소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기업구조조정 정책이 재무 건전성 등을 지나치게 중시해 산업경쟁력 등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으며 부실기업 처리 때도 해당 업종의 수급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는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5대 재벌로 축소하거나 규제 대상을 일정 자산 규모 이상으로 조정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부채비율 200%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최근 투자 및 수출활성화를 위한 기업규제 추가 완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등은 △30대 그룹 지정제도의 완화 △일부 대기업의 은행경영권 소유 △지방경제활동 규제 완화 △무역 건설 해운 항공 등 일부 업종에 대한 부채비율의 탄력적 적용 등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추가 기업규제 완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철·박중현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