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 위주 대기업정책〓보고서는 30대 기업집단에 대기업정책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자의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경제원칙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30대 기업집단의 경우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으나 총액출자제한(25%), 사외이사비율(50%) 등이 획일적으로 적용된다. 4월 기준 30위인 고합그룹의 총자산은 1위인 삼성그룹의 3.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상위 그룹이 짊어져야 할 각종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하위 그룹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어 그룹간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순자산의 25% 이상을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도 10년 이상 시행됐으나 별 실효가 없다고 지적했다. 선단식 경영관행은 여전하며 이 제도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추가 출자 여력만 줄어들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총액출자제한 기준을 자본금의 100% 수준으로 완화하는 대신 계열사 출자분에 대한 의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시장 규율 확립을 전제로 기업활동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기업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체계의 문제점〓보고서는 외환위기라는 시급한 상황 때문에 충분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정책을 재고 또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무리한 빅딜 탓에 독과점의 폐해가 생기거나 경쟁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부채비율 200%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 지적됐다.
기업이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부채로 끌어쓰는 데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는 시장과 채권자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 보고서는 구조개혁 성과가 우수하거나 경영자원에 여유가 있는 기업을 차별화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자금 투입으로 11개 시중은행 중 8개가, 6개 지방은행 중 3개가 사실상 정부 지배 하에 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 추진도 그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정부 개입에 의한 구조조정은 여건의 미비, 시간의 촉박함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하나 결과적으로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조조정, 성과 측면에서도 한계〓보고서는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이 산업경쟁력이나 수익성보다 재무 건전성 등이 중시됐고, 주로 채권금융기관 출신이 부실기업 관리인으로 선임돼 적극적인 경영혁신보다 보수적 경영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구조조정의 관심 대상인 419개 대기업의 경영성과는 1753개 중소기업보다 부채비율 순이익률 등에서 뒤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5개 관리기업은 큰 폭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 부실기업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가 개선되지 않고 대기업의 투자 감소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후퇴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