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교수가 13일 제기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6월 적자설’을 두고 여의도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 총액 1위 종목으로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종목일뿐 아니라 수출의 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초대형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경기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6∼7월 중 적자가 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 있고 삼성전자는 “적자전환은 터무니 없는 낭설”이라며 펄펄 뛰고 있지만 현재로선 적자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적자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우선 적자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이 정교수라는 점이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반도체부문이 6월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평소 재계에 두터운 인맥을 가지고 있는 정교수가 근거 없이 인용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 ‘적자설 파문’이 확산된 뒤에도 정교수는 “회사 영업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만한 고위인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반도체 부문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①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사업부 ②시스템 LSI(고밀도직접회로)사업부 ③메모리사업부로 나눠져 있는데 ①과 ③에서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반도체부문 전체가 적자로 전환했다는 주장이다. 1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①이 26%(7000억원), ②가 11%(3000억원) ③이 63%(1조7000억원)인데 ③중에서 D램부문의 적자폭이 다른 사업부의 흑자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 ③에서는 D램이 80%, 나머지는 S램과 플래시메모리가 차지하고 있다. 이중 적자폭 확대의 주범은 싱크로너스 D램. 교보증권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메모리부문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128메가의 경우 생산원가가 3.8∼4.1달러인데 비해 판매가는 2.5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어 팔면 팔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영역이었던 램버스D램과 EDO D램쪽에서도 가격하락으로 흑자폭은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물가가 1.8달러대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장기공급가도 2달러 수준까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TFT-LCD쪽도 수요부진으로 적자전환이 코앞에 닥쳐 있어 반도체부문 전체가 6월 또는 7월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게 중론. 결국 D램을 중심으로 한 ③의 적자가 커지면서 ②부문의 흑자를 상쇄, 반도체부문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 하반기에 반도체시장이 살아나지 못할 경우 반도체부문의 적자가 더욱 커져 정보통신과 디지털미디어, 생활가전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흑자를 빠르게 잠식해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전체가 적자전환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하기 어렵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차장은 “PC 통신 네트워크 쪽이 모두 불황이기 때문에 D램 수요는 내년 상반기중에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포함한 2분기의 실적을 20일 증권거래소에서 개최하는 IR(기업설명회)에서 공개하는데 이 자리에서 6월 적자설에 대한 공개입장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