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범위 안에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며 국내경기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여야와 정부 3자 간의 대화를 통해 국제적인 난관이 우리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도록 협력해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몇가지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반도체등 주력제품의 가격급락과 수출부진, 미국과 일본 경기침체 장기화,게다가 남미등의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당초 기대했던 하반기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경제정책 흐름에서 볼 때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13일 진념(陳稔)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주택기금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는 공공기금을 가급적 3·4분기(7∼9월)에 앞당겨 사용하고 공기업의 건설투자도 최대한 서두르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기진작책을 발표했다. 또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총재는 16일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콜금리를 추가로 낮출수도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면 바로 각 경제부처가 부리나케 움직였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김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진 부총리 등의 말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의 파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앞으로 나올 경기부양책의 그림 을 그리기는 아직 이르지만 금리 추가인하나 각종 세금감면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제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재정동원까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시점에서의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연구팀장은 반도체값 급락과 반도체업계의 감산 등으로 앞으로 수출감소폭이 더욱 커질 전망 이라며 올 4·4분기(10∼12월)까지 수출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재정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국내 경제가 당분간 회복되기는 힘들겠지만 섣부른 경기부양책이 아닌 강력한 구조조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며 단기간의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국이 여기에서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의존하고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최근 금융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처럼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고 경고했다.
<권순활 윤승모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