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경기부양 단골메뉴 연기금 운용 기준 논란

  • 입력 2001년 7월 17일 19시 05분


정부가 연기금을 전문가에게 맡겨 운용한다는 원칙을 밝혀놓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기금을 주가부양이나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손쉽게 끌어들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투자성과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연기금 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고 굴리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경기상황에 따라 주가부양이나 경기진작 목적을 위해 투자수단까지도 수시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연기금의 자산운용 현황
(단위:조원, 2000년말 현재)
구분국민연금사립교원연금공무원연금
금융자산

(주식채권등)

25.83.33.3
정부내부예탁34.20.7-
부동산 0.30.20.6
기 타 0.7-0.2
합 계61.04.24.1

▽기금관리기본법 바꾸려는 재정경제부〓1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발표된 ‘연기금 자산운용 방식 개선방안’은 부처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대책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회의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흑자가 예상되는 연기금을 부동산 간접투자나 임대사업 및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사업에 참여시킨다고 확정했다. 그동안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한 연기금을 부동산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금관리기본법을 고치기로 했다. 그동안 연기금은 부동산투자의 경우 돈이 오랫동안 잠기고 부동산투기 조장 논란 때문에 막아왔다. 이 대책은 정작 기금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와 실무적으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예산처, ‘연기금 돈에 함부로 손 못댄다’〓43개 각종 연기금을 관리하는 기획예산처는 3월 27일 각 기금에 ‘내년도 기금운용방향과 작성지침’을 내려보냈다. 내년도 기금 수지 흑자를 2조∼3조원으로 제시하고 자산운용지침에는 효율성과 투명성 및 독립성을 강조했다. 운영자산별로 연간 목표수익률도 제출받았다. 특히 자산운용 담당부서의 전문성과 책임성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는 주문도 달았다.

부동산 투자는 국채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때만 허용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방만한 기금운용을 막고 각 부처가 각종 기금을 ‘눈먼 돈’으로 보고 서로 사업에 당겨쓰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연기금 운용 의지는 실종〓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경기를 부추기려는 것은 추경(追更)예산을 짜지 않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기금이 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일 뿐 실제 운용은 기금 펀드매니저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 연기금을 주식투자에 동원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투자계획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투자를 독려한 사실을 볼 때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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