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기는 하지만 D램 가격이 계속 낮게 이어질 경우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반도체 관련 장비와 재료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인 반도체 산업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가격하락에도 힘겨운 선방 = 삼성전자가 2·4분기에 거둔 세전이익 9500억원은 당초 업계와 증권가가 예상한 6000억∼7000억원보다 많은 것. 제품 및 원가구조 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3위인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가 1조원대의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양호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는 통신과 생활가전 부문에서 반도체의 부진을 다소 만회해준 덕택. 반도체부문은 전분기보다 매출 27%, 영업이익은 75%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TFT-LCD와 시스템LSI(비메모리), 메모리 사업부 등 3개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흑자가 나는 곳은 시스템LSI뿐인데 그나마 전체 매출중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불과하다.
반면 매출비중이 반도체 전체의 50%에 이르는 메모리 D램은 1년이상 지속된 가격하락으로 만들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실정이다. 128메가 D램의 생산원가는 3.8∼4.1달러 수준이지만 국제 현물시장에서는 1.8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장기공급 계약 위주로 팔므로 평균 판매가가 2∼2.5달러대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판매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탈출구는 감산과 사업구조조정 = 문제는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이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PC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하이닉스가 촉발한 감산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미 일본의 후지쓰와 NEC는 이번 여름휴가를 이용해 감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측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면서도 "외국업체들이 (감산)한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고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PC 메이커들의 재고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D램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면 가수요가 생겨 가격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PC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지만 이는 기대하기는 힘든 것 같다"며 "반도체 부문의 실적악화가 삼성전자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과감한 사업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재 박정훈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