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우-고합 부실경영 모럴해저드 "악취"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43분


예금보험공사가 대우와 고합에 대해 3월말부터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기업과 대표이사들의 ‘모럴 해저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올 초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돼 공적자금을 축낸 부실채무기업과 책임자에 대해 조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 예보는 내년 말까지 대우 고합 외에 30여개 부실채무기업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대우 前 경영진 100억 빼돌려

▽망하기 전에 숨겨라〓예보측은 대우의 전 대표이사 A씨 등 8명의 전직 대표이사들이 대우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99년 8월26일을 전후해 본인명의의 부동산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자기 재산을 챙겨놓은 것. 이들이 숨긴 21건의 부동산은 시가로 99억5800여만원이며 8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현재 6명은 구속, 2명은 불구속입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은 보유 부동산을 부인과 아들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었고 한 대표이사는 친분이 있던 은행직원과 짜고 부동산을 숨기고 자금을 세탁했다. 물론 채권단이 ‘월급쟁이 사장’들의 개인재산에까지 손을 대는 데 대한 동정론도 있다.

부실채무기업 1차 조사결과
밝혀진 위법사실조사중인 위법사례
대우-전 계열사 대표이사 8명 워크아웃 개시 전후 부인, 아들에게 개인부동산 증여

-전 대표이사 부인에게 증여한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아 회사직원 명의로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

-전 대표이사 제3자에게 부동산 가등기해 은닉

-분식회계로 허위 재무제표 작성해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불법발행, 부당한 이익배당

-국내에서 수출금융 지원받아 해외현지법인서 수출하고 회수한 수출대금을 런던의 자금관리조직 BFC로 입금해 유용

-외화를 시장환율보다 싼값에 계열사에 매각

고합-97년 말레이시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 채권을 홍콩 현지법인이 인수

-조성된 자금으로 고합종합건설 발행주식 199만주를 적정가격보다 80% 비싼 8932원에 인수

-그룹 회장소유 계열사 주식 고가매입

-분식회계로 허위 재무제표 작성해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불법발행, 부당한 이익배당

-사우회 명의로 자사주 및 계열사 주식 불법취득

-허위수출계약서로 금융기관에 수출환어음 매각

(자료:예금보험공사)

▽‘페이퍼 컴퍼니’로 계열사 지원〓㈜고합은 계열사인 고합종합건설을 편법지원하기 위해 97년 1월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우라누스’란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의 채권을 고합의 홍콩 현지법인이 사주는 방법으로 해외에 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을 외국인 투자형식으로 국내에 들여와 고합종건의 주식 199만주를 적정가격인 주당 4956원보다 80% 가량 높은 8932원에 인수했다. 이 주식들은 99년 1월 고합종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무상소각돼 고합은 114억원의 손해를 봤다.

▽한빛은행의 허술한 채권관리〓한빛은행은 고합종건의 부동산(시가 357억원)에 설정했던 400억원의 근저당을 잃었다. 고합종건의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면서 정리담보권을 신고해야했으나 이를 하지 않아 근저당권을 상실했다는 것. 예보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책임자를 찾아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더 조사할 내용〓예보측은 대우와 고합을 상대로 허위 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불법 발행, 부당한 이익배당 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고합은 사우회(社友會)의 명의로 위장해 자사주나 계열사 주식을 불법적으로 사들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장치혁(張致赫) 회장이 갖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비싸게 사들인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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