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 움직임에 한국경제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 제한된 선에서 경기조절책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새 대책을 내놓기보다 그동안 발표한 정책을 세심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 일각과 민주당 쪽에서는 재경부의 경제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며 실물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적극적인 경기대응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하반기 경제운용을 둘러싼 정부의 조치 및 운용방침 | ||
6월 27일 | ▶진념 부총리,“인위적 경기부양책 안 쓰겠다” (청와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보고) | |
7월 2일 | ▶김대중 대통령,“연내에 구조조정 마무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제정책을 펼 것”지시 (과천청사 국무회의 주재) | |
7월 5일 | ▶한국은행, 콜금리인하(5%→4.75%, 0.25%포인트) | |
7월 11일 | ▶정부, 자금시장 안정대책 발표(회사채 신속인수 6조원,프라이머리CBO 3조원,비과세고수익펀드 3조원,서울보증보험 5조∼6조원 투입) | |
7월 12일 | ▶경제정책조정회의,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 강화방안 발표 | |
7월 16일 | ▶김대통령 국무회의,“물가안정 범위내 국내경기 활성화해 내수 진작하라” 지시 | |
7월 21일 | ▶진부총리 KBS 심야토론,“선심성 경기부양책 안 쓸 것” 재확인 |
▽청와대·재경부 시각차〓겉으론 청와대와 재경부 사이에 경기에 대한 인식 차이가 그리 뚜렷하지 않다. 다만 진 부총리가 경기진작보다는 구조조정에 무게 중심을 둔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마치 청와대 쪽과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재경부의 해명이다.
그런데도 경기부양론을 둘러싼 속내에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 재경부 안팎의 평가다. 하반기 경제운용을 보고한 이후인 16일에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물가안정 범위 안에서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발언은 청와대와 재경부의 경제인식에 차이가 큰 것처럼 비쳤다.
▽지표경기 안 좋아 걱정하는 청와대〓청와대가 내수경기 부양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하반기 거시지표가 좋지 않게 나타날 가능성을 걱정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팀에서는 재경부가 올 초부터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응이었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원칙 강조하는 재경부〓재경부 안에서도 경기대책 논란이 적지 않은 편. 다만 진 부총리가 ‘선심성’으로 지적될 만한 정책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선뜻 경기부양책 얘기는 거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워낙 안 좋았으므로 지표상으로 보면 현 수준만 유지해도 4·4분기 5%대 성장이 가능하다”며 “약도 먹지 않고 새 약을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양론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선후를 가리기 어려운 동시 진행 사안”이라며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등 추가 경기대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9월중 방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