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부-재계 규제완화 '동상이몽'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47분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8월말까지 추가 규제완화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계는 이같은 방침을 환영하면서 30대그룹 지정제 폐지와 집단소송제 도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기업투명성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요구를 한꺼번에 들어주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정부와 재계가 규제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처럼 핵심 쟁점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앞으로 양측의 ‘논리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규제 완화하되 폐지는 안된다”〓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차관은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최고경영자 포럼에 참석해 “정부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모아 8월말까지 투자와 수출을 촉진할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차관은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 강연과 기자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현재 정부와 경제단체 가 공동으로 규제완화 효과에 대한 실태 점검을 벌이고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차관은 재계가 요구하는 30대그룹 지정제의 폐지와 집단소송제 도입 유보에 대해서는 “기업투명성과 책임경영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가능한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는 집단소송제 폐지 목청〓반면 전경련은 30대그룹 지정제와 집단소송제를 하반기에 없애야 할 핵심 규제로 꼽고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전경련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안 좋은 만큼 하반기에는 좀더 근본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도 기업들의 여론을 경청하겠다고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 손길승(孫吉丞) 회장도 “정부 계획대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를 시행하면 그나마 경영성과가 좋은 한국의 ‘대표기업’이 소송남발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우량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결과적으로 경제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손회장은 또 “가장 좋은 정책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것에는 신경쓰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경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귀포〓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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