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팔리지 않으니…" 제조업 감산 신드롬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53분


<<국내외 경기침체 여파로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자 반도체 석유화학 화학섬유 제지 등 주요 업종의 공장가동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재고 부담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휴가철을 이용해 기계 보수기간을 늘리거나 공장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감산 신드롬’이 제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공급과잉 못 견뎌 자율감산〓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고전해온 화섬업계는 최근 한국화섬협회 주도로 시장상황에 따라 최고 30%까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화섬업계는 내수 및 수출시장의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데다 동남아 등 후발국가와의 경쟁이 겹치면서 현재 업체별로 평균 10% 수준의 감산을 진행중이다. 화섬협회측은 “노후 설비의 폐기와 해외이전에 업체들의 추가 감산효과가 더해지면 수급불균형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램 반도체의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이 나빠져 상반기에 1조원대의 손실을 낸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최근 미국 오리건주 공장가동을 6개월간 중단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단체휴가를 통해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 세계1위인 삼성전자도 ‘감산 불가’에서 “외국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또 반도체 설비의 설치 시기도 내년 이후로 늦춰 반도체 장비와 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까지도 감산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제지업계도 최근 업체마다 재고 수준에 따라 3∼5일씩 설비보수에 나서면서 평균 공장가동률이 경기가 좋았던 작년 상반기보다 5∼10%포인트 하락했다. 제지업계의 가동률은 물량조절 차원의 감산이 일부 진행되면서 85%대로 낮아졌고 평균 생산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줄었다.

▽파업도 감산에 영향〓석유화학과 화섬의 경우 일부 업체의 파업으로 간접적인 감산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유화 업종은 6월 가동률이 에틸렌의 경우 88.9%,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기타 3대 부문은 84.5%에 그쳤다. 장치산업이어서 감산이 쉽지 않은 유화업계의 가동률이 낮아진 데는 여천NCC 등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게 석유화학공업협회의 분석.

정유는 1∼5월 생산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지만 소비는 2.1%(내수 기준) 줄었다. 이에 따라 SK LG칼텍스 현대정유 등은 국내외에서 잉여 석유류 제품의 할인판매에 나섰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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