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노사정위는 지난해 5월 근로시간단축특위를 구성해 10월 ‘가능한 한 빨리 연간 실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단축한다’는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문은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고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산업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휴일휴가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노사 모두에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선언적 내용에 그쳐 이후 구체적인 휴가 및 초과근로 규정에서 노사간에 심한 이견을 보여왔다.
▽쟁점〓재계는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없애고 연차휴가도 현행 누진제에서 연 20일로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1년 미만 계약직인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차가 없으면 아예 휴가가 없다”며 현 제도의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또 재계는 “초과근로 한도를 현행 주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늘리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현행 2주, 1개월 단위에서 1년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성수기에 근로시간을 집중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금 보전 여부도 논란거리. 재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 감소를 감수하면서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겠느냐”며 “행정지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 감소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노동부는 “논의는 마무리됐고 결단만 남았다”고 말하지만 노사간 타협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고 한국노총 지도부도 내년 위원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섣부른 ‘양보’에 부담을 안고 있다.
재계도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 3월 연구논문을 통해 “89∼91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일 때도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아져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