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연말까지 1조5000억 부족"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28분


하이닉스반도체가 다시 국가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과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단으로부터 5조원이 넘는 자금지원과 해외자본 1조6000억원을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이 되면 대통령선거 등 정치 현안에 밀려 해결책 마련이 어렵고 결국 차기정권으로 문제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살아날 수 있을까〓삼성증권은 최근 ‘누군가 죽어야 산다’는 보고서에서 “하이닉스가 정부와 채권단 등 외부지원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전체 D램산업과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개선계획을 작성할 때 반도체가격(128메가D램 기준 환산)을 2.65달러로 가정했지만 현재 1.5달러까지 폭락했다.

하이닉스는 자구노력으로 올해말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업 구조로는 내년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제때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약화돼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하이닉스의 재무상태를 감안하면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연장문제가 또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어 금융권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의 고민〓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올해말까지 현금부족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내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약 2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론되는 지원책은 대출금 및 회사채 이자감면,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붙인 하이일드본드(고수익 고위험채권) 발행 등.

그러나 5조1000억원의 유동성지원을 해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자금지원을 들고나올 경우 나머지 은행들이 동의할 리가 없다. 은행들은 SSB 권고대로 전환사채(CB) 1조원을 인수했다가 주가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40%를 손실처리했다. 은행들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생각이다.

▽차기정권으로 넘어가나〓시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이닉스를 망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부와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해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겠느냐는 것.

이에 따라 채권단은 부인하고 있지만 ‘감자 및 출자전환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반도체업종이 초호황을 누리지 않는 한 차입금 7조원을 안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감자후 출자자전환을 통해 절대적인 부채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가 추가지원할 경우 국내외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한국정부로서는 금융기관의 여신규모가 커 하이닉스를 파산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한국이 기업경영관행 개선을 세계에 과시하려면 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등 정책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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