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景氣 불안심리’ 금리 끌어내린다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38분


올 들어 급격히 떨어진 은행평균 예금금리가 4%대에 진입함에 따라 98년 12월 이후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대출금리도 같은 기간에 3.5%포인트 가량 하락한 7%대에 들어섰다. 금리 추락의 끝이 과연 어디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엔 저금리가 경기를 부추기고 증시를 살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다른 양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상(異常)’ 저금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져도 증시는 내리막길이고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져도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않아 저금리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한동안 투자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저금리의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왜 떨어지나〓예금과 대출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아직도 국내 경제의 불안이 가시지 않아 안전 자산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한 은행에만 몰리지만 은행은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다. 부도의 위험이 있는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 대신 유가증권으로 눈을 돌렸지만 역시 안전자산인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에만 몰리다 보니 실세금리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시중자금 은행유입→은행자금의 채권시장 유입→채권금리하락→은행예금 금리인하 등 저금리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고성수 박사는 “은행들의 대출운용 수익률과 유가증권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예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권재중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전 100%를 웃돌던 예대비율(예금액 중 대출되는 금액의 비율)이 최근엔 70% 이하로 떨어졌다”며 “나머지 30%를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지만 국공채 가격이 오르면서(금리 하락) 예금금리가 운용금리보다 높아 역마진이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앞으로 어떻게 될까〓기업의 기초 체력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금리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업 위험이 상존하는 한 기업대출 기피는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회사채 시장이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이는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 등으로 인한 인위적 조정일 뿐 자생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삼성투신운용의 채권시장담당 박성진 선임은 “6월 중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2.7%를 기록하고 미국 산업생산이 9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3·4분기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날 계기가 보이지 않는 만큼 대출금리는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운용금리(대출금리)의 하락은 조달금리(수신금리)도 같이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조흥은행 지동현 상무는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데다 예금에 비해 기업투자수요가 적어 향후 6개월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