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증권]대우차 부평공장 "청산이냐 존속이냐"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53분


‘대우차 부평공장은 문을 닫아야 하나, 가동해야 하나?’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의 “아서앤더슨의 실사 결과 부평공장의 청산가치는 2조원이지만 계속기업가치는 900억원에 불과하다”는 발언이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폐쇄해야 할 공장을 정치사회 논리를 내세워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 총재는 “대우차를 경제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제논리가 무시된다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파산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차별대우 시비가 불거지게 됐다.

▽대우차 실사결과〓컨설팅기관인 아서앤더슨은 대우차의 요청으로 실사를 한 후 △연간 생산능력을 105만대에서 56만대로 축소 △중대형 및 상용차생산 포기 △2003년까지 부평공장 폐쇄 등을 대우차 회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때 부평공장을 청산가치 2조원, 존속가치 900억원으로 평가한 것.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실시한 영화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는 존속가치 3조7579억원, 청산가치 3조6648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가 931억원 더 높게 나왔다. 이는 물론 해외매각을 전제로 한 것.

자산가치는 회계법인이 향후 사업계획을 토대로 현금흐름을 어떻게 추정하고 어떤 비율로 할인할 것인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올 1월에 발표된 아서앤더슨의 실사 결과와 2월에 나온 영화회계법인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아서앤더슨이 상황을 훨씬 더 비관적으로 봤다는 얘기다.

▽GM은 부평공장을 원치 않는다〓정 총재의 말대로 대우차 매각협상의 최대걸림돌은 부평공장이다.

아서앤더슨의 한 관계자는 “GM은 전략적으로 대우차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대형차가 아닌 소형차 부문과 미국산 수입차의 국내 영업망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부평공장에서 중대형차 생산라인은 빼고 소형차만 군산 창원 공장으로 이전하고 공장폐쇄에 따른 노조 및 정치권의 반발을 한국정부가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

▽형평성 시비〓동아건설은 수많은 논란 속에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청산가치 1조6380억원, 존속가치 1조256억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파산선고를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대우차 부평공장은 당연히 문을 닫아야 한다.

정 총재는 이와 관련, “국민이 대우차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논리로는 부평공장 문을 닫아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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