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정건용 총재의 “아서앤더슨의 실사 결과 부평공장의 청산가치는 2조원이지만 계속기업가치는 900억원에 불과하다”는 발언이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폐쇄해야 할 공장을 정치사회 논리를 내세워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 총재는 “대우차를 경제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제논리가 무시된다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파산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차별대우 시비가 불거지게 됐다.
▽대우차 실사결과〓컨설팅기관인 아서앤더슨은 대우차의 요청으로 실사를 한 후 △연간 생산능력을 105만대에서 56만대로 축소 △중대형 및 상용차생산 포기 △2003년까지 부평공장 폐쇄 등을 대우차 회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때 부평공장을 청산가치 2조원, 존속가치 900억원으로 평가한 것.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실시한 영화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는 존속가치 3조7579억원, 청산가치 3조6648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가 931억원 더 높게 나왔다. 이는 물론 해외매각을 전제로 한 것.
자산가치는 회계법인이 향후 사업계획을 토대로 현금흐름을 어떻게 추정하고 어떤 비율로 할인할 것인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올 1월에 발표된 아서앤더슨의 실사 결과와 2월에 나온 영화회계법인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아서앤더슨이 상황을 훨씬 더 비관적으로 봤다는 얘기다.
▽GM은 부평공장을 원치 않는다〓정 총재의 말대로 대우차 매각협상의 최대걸림돌은 부평공장이다.
아서앤더슨의 한 관계자는 “GM은 전략적으로 대우차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대형차가 아닌 소형차 부문과 미국산 수입차의 국내 영업망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부평공장에서 중대형차 생산라인은 빼고 소형차만 군산 창원 공장으로 이전하고 공장폐쇄에 따른 노조 및 정치권의 반발을 한국정부가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
▽형평성 시비〓동아건설은 수많은 논란 속에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청산가치 1조6380억원, 존속가치 1조256억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이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파산선고를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대우차 부평공장은 당연히 문을 닫아야 한다.
정 총재는 이와 관련, “국민이 대우차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논리로는 부평공장 문을 닫아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