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책]기업 지배구조 등급 매긴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늦어도 올해 안에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민간 전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평가원’(가칭)을 세우도록 해 해당기업들의 지배구조 등급을 조사, 발표하기로 했다.

또 투신사,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앞으로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나눠주는 운용실적보고서와 영업보고서에 의결권행사 실적을 밝혀야 한다. 재정경제부는 5일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현황
구분	2000년	2001년
의결권 평균행사율	2.1%	4.5%
총 행사건수	129건	234건
찬반비율	전부 찬성	전부찬성
(자료:재경경제부)

▽사단법인 기업지배구조평가원 출범〓현재 증권거래소 안에 자문기구의 하나로 설치돼 있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위원장 최운열·崔運烈 한국증권연구원장)가 독립돼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거듭난다. 기업지배구조평가원은 기업지배구조가 잘 갖춰져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등급을 매기게 된다.

임종룡(任鐘龍)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은 “이 기구에서 매긴 등급은 금융기관들이 여신 심사기준으로 활용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공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도 이 지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투신사와 은행신탁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중요한 의결권행사를 할 때 자문기구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을 선정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기능도 평가원에서 맡을 방침이다.

▽기관 의결권 행사실적 공시(公示) 의무화〓기관투자가들이 소액투자자들의 돈을 맡아 굴리면서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관행도 고쳐진다. 재경부는 투신사와 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자들에게 6개월마다 제공하는 운용실적 보고서에서 일정규모(가령 신탁재산의 5% 이상) 이상을 투자한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실적을 반드시 알리도록 했다. 만약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경우엔 그 이유를 꼭 기재하라는 것.

재경부는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일정규모 이상 투자기업에 대해 중요한 경영결정사항은 반드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