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에는 해외 공장이 단순한 조립 형태의 싸구려 제품 생산기지 단계를 넘어서 첨단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판매 기지로 바뀌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임금이 싸고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 나서는 셈이지만 외국기업은 그만큼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있어 한국 가전산업의 공동화(空洞化)마저 우려되고 있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컬러TV 해외 생산능력은 연간 600만대로 국내 생산능력(200만대)의 3배다. 특히 LG전자는 지난달부터 첨단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생산라인을 중국 선양법인에 설치하고 연산 3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모니터의 해외 생산능력도 600만대로 국내(388만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전자레인지도 해외 570만대, 국내 350만대. 현재 400만대 생산규모인 중국 톈진(天津)공장이 2005년까지 800만대로 늘면 해외 생산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은 국내가 350만대로 해외(160만대)보다 많지만 톈진공장의 에어컨 생산능력을 현재 100만대에서 2005년까지 350만대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 VTR 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등은 현재는 국내 생산비중이 높지만 해외 생산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컬러TV의 해외 생산능력은 980만대로 국내(420만대)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중국 톈진공장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베트남 등 전세계 생산기지에서 직접 디지털TV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해외 생산비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VCR는 1000만대 전량이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컬러모니터는 해외 생산비중이 80%에 이른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한국의 제조여건으로 볼 때 원가절감하기 쉬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문제는 국내 생산공장이 해외로 나가는 만큼 해외기업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하임숙·김승진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