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경기대책 내용과 문제점]돈 풀어 경기부양…약효 미지수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19분


《정부와 민주당이 내놓은 경기대책은 그동안 재정경제부가 ‘제한적 경기조절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일련의 대책들을 한데 모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당정 모두가 상황이 심상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추가로 새로 내놓을 대책이 마땅찮다는 고민이 배어 있다. 이번 대책이 사실상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을 짜깁기한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다.》

연말까지 풀기로 한 10조원의 돈은 대부분 건설사업 투자에 집중돼 있다. 고용을 늘리고 내수를 살려보자는 뜻이다. 문제는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는 수단으로 내수를 진작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 있어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원인 가운데 절반 가량이 수출부진에 있는데 내수만 부추겨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돈 풀어 건설경기 살리는 데 초점〓10조원은 추가경정예산과 불용 이월예산을 모아 만들어지는 돈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안을 6월 임시국회에 낼 때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용처(用處)를 정하는 것으로 중앙정부가 간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시설투자에 먼저 쓰겠다고 용도를 바꿨다. 3조6000억원의 지방교부금 중 1조6000억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상당부분을 초중등학교 교실 증축이나 신설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재정이 떠안고 있는 빚을 갚기보다 경기진작을 위한 건축투자로 돌린다는 것이다. 2조원의 지방재정교부금도 대부분 건설사업에 우선 쓰겠다는 것.

예산을 따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해에 쓰지 못하던 돈도 경기진작에 투입된다. 김영과(金榮果)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예산을 따놓고도 각 부처가 쓰지 않고 남는 돈을 올해 4조1000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에 내년도에 투자하기로 예정된 9000억원도 올해 안에 일찍 앞당겨 집행한다.

산업자원부는 수출기업의 애로를 덜어주고 관련예산을 늘리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보완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재정정책 경기부양 효과 있을까〓이번 대책은 새로 추경을 짜지 않는 범위에서 올해 안에 쓸 수 있는 돈을 모두 당겨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10조원이라는 돈이 바로 사업에 투자돼 경기활성화쪽으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우선 5조555억원의 추경예산 중 건강보험 재정지원과 의료보호지원비 재해대책 예비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3조5000억원. 지자체들이 떠안고 있는 빚을 갚지 않고 바로 신규사업에 이 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더욱이 4조1000억원의 이월 불용 예산을 활용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산을 확보해놓고서도 해마다 7조∼8조원이나 되는 돈을 묵혀놓은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정이 발표한 10조원은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이다. 강창희(姜敞熙) 굿모닝투신 사장은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돈만 푼다고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8월말경 발표되는 각종 국내외 지표들을 봐가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7월 산업생산활동이나 물가 고용 동향, 미국 일본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추가대책을 내놓을지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2차 추경에 쓸 돈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어서 추가대책이 담을 내용도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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