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전2등급 분류 파장]한국 항공이미지 '추락'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17분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항공 안전등급을 낮춘 것은 우리나라의 항공 관련 법령과 교육 프로그램이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따른 문제를 줄이기 위해 6개월 안에 1등급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회 처리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아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나〓한국이 2등급 판정을 받게 된 것은 항공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달된 때문.

미 연방항공청(FAA)은 올 5월 건설교통부를 대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8개 항공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사전 조사한 결과 ‘전 종목 미달’로 평가하고 2등급 예비 판정을 내렸다. 지난달 재조사에서도 항공법 보완이 불충분하고 안전 관련 요원에 대한 교육 훈련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항공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고, 미국의 항공 컨설팅업체를 초빙해 항공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됐다.

▼미국 연방항공청의 안전평가현황▼

1등급2등급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대만 등 72개국방글라데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등 25개국

▽예상되는 피해〓가장 큰 문제는 한국 항공의 이미지 실추다. 미국으로부터 2등급 판정을 받으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의 노선 신설이나 증편에도 제약을 받을 정도.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9월에 예정된 ICAO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경제적인 피해도 적잖다. 업계는 우리의 항공 안전등급이 1년 내 1등급으로 환원되지 않을 경우 운항수입 감소와 보험료 인상 등에 따른 직간접적인 손실액이 대한항공은 15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게다가 내년 한일월드컵대회로 인한 항공특수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 항공사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언제쯤 복귀될까〓정부는 이르면 6개월 이내에 1등급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의 이번 판정은 브라질 등 함께 평가를 받았던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로 내려진 결정일 뿐 미국의 기본 자세가 한국에는 우호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건교부는 이에 따라 늦어도 9월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항공법을 개정하고 연말까지는 교육 프로그램 준비를 마무리, 내년 상반기에 재평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국회의 법 처리 지연 등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8월까지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돼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대두되는 문책론〓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건교부가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인 만큼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의 16일자 보도에서 ‘건교부가 잇따른 대한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한 ICAO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관련 실무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문책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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