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2대서 물류 그룹으로…금호 故박인천회장 탄생 100돌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택시 2대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금호그룹 창업자인 고(故) 박인천(朴仁天·1901∼1984) 회장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다.

일제강점기 청년의 좌절과 성공을 향한 몸부림, 해방 후 맨주먹으로 출발해 한국 굴지의 재벌을 이루는 과정은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는 고인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묘사한 책 ‘집념-길 위의 길’에서 “박인천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전남 나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때부터 기업인 기질을 발휘해 면화수집상 대금업 싸전업 등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하거나 스스로 포기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포들의 눈에서 피눈물나는 일은 할 수 없다는 자각이 크게 작용했다.

한때 총독부 관리로 일했던 그는 해방 직전 일본인 상사와 마찰을 빚은 뒤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1946년 기업인으로는 늦은 나이인 46세에 택시 2대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그룹의 이름으로 쓰이는 ‘금호(錦湖)’는 그의 아호. 금호는 고속버스 타이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간 데 이어 창업자 사후인 88년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해 물류전문 그룹의 입지를 굳혔다.

금호그룹은 창업회장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22∼23일 서울과 광주에서 추모음악회와 문집봉정, 동상제막식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22일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국악가 성창순 한애순씨와 금호 현악4중주단의 추모 공연이 열리고 23일에는 광주에서 추모식 및 동상제막식 행사, 서울에서는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금호그룹은 창업자의 큰아들인 박성용(朴晟容) 명예회장에 이어 둘째인 박정구(朴定求)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셋째인 박삼구(朴三求) 아시아나항공 부회장과 박찬구(朴贊求)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인화를 강조한 선친의 유지 덕택에 경영권 분쟁 없이 모범적인 형제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